바위고개 넘어 희망의 나라로
필자는 중학생 시절에 어렵게 하모니카를 장만하여 옛날 중외제약이
있던 성북구 장위동 뒷산에 올라가서 독학으로 처음 연주한 곡이 있었는
데 그 곡이 바로 ‘바위고개’이다.
‘바위고개’라는 국민가곡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2년에 이흥렬 선생
이 작사, 작곡하여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국민 중에 ‘바위고개’를 부를 줄은 몰라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단정해도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 바위고개 노래 3절은 아래와 같은데,
바위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여년 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십여 년간 머슴살이가 하도 서러워’라는 가사 부분은 당시 일제 치하
에서 겪은 민족의 울분을 비유적으로 노래에 담아 일종의 애국가요 형태
로 불려졌다고 한다.
이흥렬 선생은 서라벌예대와 숙명여대 음대 교수 및 한국 작곡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1963년에는 대한민국 문화훈장, 대통령상 및 예
술원상을 수상하셨다.
그런데 이 애국 가곡의 주인이 ‘친일인명사전’에 친일파로 올라있다.
울 밑에 선 ‘봉선화’도 식민지 시대의 우울하고 비탄한 조선의 현실을
봉선화에 비유했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이 노래는 누가 만들었나? 바로 홍난파 선생이다.
요즈음은 잘 모르겠으나 과거 7, 8십 년대만 해도, 회사나 단체 등의
연수회에 가면 함께 부르던 가곡 중에 ‘희망의 나라로’라는 노래가 있었
다. 매우 경쾌하여 대중의 분위기를 압도하고 결속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누구 작품인가?
친일파 현제명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예우를 갖추어 현제명 선생으
로 호칭하고 싶다.
친일인명사전을 살펴보면 친일 음악, 무용가로 등재된 사람이 58명이
다.
애석하게도 한국 국민이 사랑하고 애창하는 국민가곡인 ‘바위고개’,
‘봉선화’, ‘희망의 나라로’를 선물해 주신 분들은 어찌죄다 친일파인지 가
슴이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오히려 작사, 작곡 미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왜 부르냐고 핏대 세우는 사람도 있는데 단지
음악이 좋아서 듣고, 부르는 사람에게 관대하였으면 한다.
문화, 예술이 무엇이기에 친일의 굴레에 섞여버린 그 시절, 어리석었
던 당사자들과 그 자손들에게까지 대물림시킨 주홍글씨를 이제는 그만
지워주고, 바위고개 넘어 희망의 나라로 전진하면 참 좋겠다.
*李丙鎬 散文集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