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의 봄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명성을 날리신 서산(西山)대사에 관한 이야
기는 국사 교과서에도 소개되고 있으며 일명 휴정(休靜) 스님으로도 잘
알려진 분이신데, 우연히 불교신문을 읽다가 스님과 관련된 여러 호칭을
알게 되었다.
속세에서의 이름은 완산 최(崔)씨 여신(汝信)이며 자는 현응(玄應)이라
는 것과 청허(淸虛) 선사(禪師)라는 법호가 따로 있다는 것은 물론, 중종
15년(1520년)에 출생하시어 인종, 명종, 선조 등 여러 임금의 통치시대
를 살다가 1604년에 열반하셨다는 내용이다.
청허선사(淸虛禪師) 돈오송(頓悟頌)* 일부를 해석해 놓은 것 중에
慈悲是觀音 喜捨是勢至
嗔心是地獄 貪心是餓鬼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 돈오(頓悟) :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 것, 문득 깨달음.
보시하는 마음은 대세지보살이다
성내는 그 마음이 지옥이요
욕심내는 마음은 아귀니라.
위와 같은 구절이 참 마음에 닿아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다. 모친께서
는 신심이 매우 깊으신 불자이시며 신도회장으로 오래 활동하셨고, 그
영향으로 전 가족들이 모두 절에 다니며 부처님 말씀에 정진하는 것 같
은데 나는 부처님 오신 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절에 가지않는 불
심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고 자인한다.
선친께서는 생전에 용인(龍仁) 남사면에 규모가 매우 큰 선산을 장만
하시어 선영을 조성하고 농가 주택, 축사 등을 지으셨는데, 임야 일부를
정지 작업하여 가까운 스님을 통해 사찰부지로 기증하셨고, 그 자리에
절이 생겼으니 벌써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영원불변
그 절에 다닌다.
불교 방면에는 좀 무식하다 보니 절이 문을 여는 날을 뭐라고 표현하
는지 몰랐다. 개원? 개업? 개사(開寺)? 오픈?
그런 날은 대웅전 부처님의 눈을 그려 넣는 점안식(點眼式)이라는 표
현을 사용한다 하여 화분을 보내면서 ‘축 점안’이라고 리본에 써서 보냈
다. 그때가 꽃 피는 봄날, 바로 산사(山寺)의 봄이었다.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보시하는 마음은 대세지보살이다
성내는 그 마음이 지옥이요
욕심내는 마음은 아귀니라.
내 주위에는 자비로운 척, 남을 위해 봉사하는 척하면서도 눈에는 욕
심이 가득해 보이고 자기 마음 못 다스리는 불자도 참 많더라.
부처님 앞에서는 참회와 번뇌를 고하고 밖에 나가서는 끝없는 욕심 때
문에 사랑하던 이들과 갈등을 빚을 바에는 아예 탈종(脫宗)하여 자유롭
게 욕먹으면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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