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marineset 2023. 6. 30. 07:18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

 

1.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 아버님이 어떻게 나를 낳으셨단 말인가?

생물학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음양설에 의하면, 씨가 어

떻고 밭이 어떠하여 부모님을 닮은 내가 태어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을 어찌 부정하겠는가?

 

父兮生我(부혜생아) 아버님 나를 낳으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 어머님 나를 기르셨으니

哀哀父母(애애부모) 애달픈 부모님이시여

生我劬(생아구로) 나를 낳아 기르시며 힘드셨네

欲報深恩(욕보심은) 깊고 넓은 은혜 갚고자 하나

昊天罔極(호천망극) 드넓은 하늘같이 끝이 없어라

 

<시경(詩經)>에 있는 원문이다. 부모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는 가히 없

기에 아무리 갚아도 다 못 갚는다는 내용이다.

옛 분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너무 애절하게 표현하였고 다 맞

는 말이지만, 지금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은혜를 베푸는 것도 갚는

것도 마음만으로는 한 참 부족하다.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금상첨화이

지 그렇지 못하면 서로가 신세 한탄을 하게 되는데, 주로 못난 부모 만나

서 자식 고생시키고 못 가르쳤다는 자조섞인 한탄이나 푸념이다.

 

대부분이 생각하는 못난 부모는 능력이 없고 배움이 모자라며 자

에게 줄 것이 없다보니 민폐나 주는 그런 부모의 처지를 말하는 게 아닌

가 싶다. 부모와 자식 간에 다투다가 쉽게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표현 중

, “나한테 뭐 해준 게 있느냐이럴 거면 왜 나를 낳았느냐그리고

너 같은 년()을 낳고 미역국을 처먹은 내가 미친년이다등의 원망섞

인 말들인데 그렇게 뱉어 놓고는 서로 후회를 한다.

 

그러한들 DNA가 바뀌기 전에는 부모와 자식은 영원히 부모와 자식

간이다.

그런데 세상은 공평하다. 모든 사람이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못하듯이

모든 사람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선남선녀로 태어날 수는 없다. 일단 선

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인격장애나 정신 및 지체장애가 없이, 건전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산다.

 

부모의 현재 모습이 좀 초라해 보여도 그 아들은 건장하고 잘 생긴 외

모를 갖추고 딸 역시 늘씬하고 예쁘며 마음씨까지 착하다면 누구 덕분일

? 그러나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부모는 가슴 아파하고, 반대로

소위 잘난 부모라도 자식이 어딘가 좀 모자라고 외모에서도 밀린다면,

슴 아프기는 양쪽 부모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부모 자식은 흔

치 않다. 하늘이 시샘하는지 몰라도 우리 주위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람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주거나 조금 일찍 데려가기도 한다.

 

2. 아름다운 외모도 거저 얻은 줄 착각하고 산다.

 

부와 권력, 명예를 기본으로 갖춘, 소위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인간들

의 가족사에도 불행은 비일비재하다. 유명 영화배우나 TV 탤런트 중에

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하나도 없이 고생만 실컷 하였으나, 고진감래

끝에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의 외모나 끼는 어디서 왔을까?

바로 신체발부는 수지부모, 즉 몸을 주신 부모님 덕분이라는 것이 정

설인데, 그 유전자의 대물림도 옛날과는 달라졌다고 한다. 복잡한 사회

구조와 환경호르몬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난다는 규칙이 깨졌다는 것이다.

 

콩을 심고 물도 주고 비료도 주었는데 썩은 콩을 심었는지 콩은 나오지

않고 잡초만 잔뜩 자라고, 어쩌다 보이는 건 쭉정이뿐이고 팥도 마찬가지

이다. 집 안 청소하다가 마루틈에 끼어있는 콩알과 팥알 몇 개 골라내서

처마 밑에 휙 던져 버렸는데 어느 날 무심코 보니 새싹이 올라오기에 하

도 신기하여 텃밭으로 옮겨 심었고, 거기서 잘생긴 콩팥이 열렸으니,

칭 못난 부모가 잘난 자식을 싱글벙글 기특하게 바라보는 심정이다.

 

신체발부 어쩌고를 화두로 삼으려 했는데 의도와는 달리 부모님 은혜

를 먼저 강조하게 되어 본말이 바뀐 것 같지만 결론은 그게 그거다.

성형수술(성형외과)이라 함은 신체 외부에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 또

는 후천성 변형이나 결손을 그 기능과 모양에 있어서 정상에 근사하게

교정해 주는 외과적 학문과 수술이라고 정의한다.

 

원래는 재건(수복)적 개념이었는데 현대에서는 미용적 개념이 포함되

었다.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은 남녀 모두 예뻐지는 것과 날씬해지는 것

을 추구하는데 눈으로 보이는 곳은 물론 은밀한 부위도 포함되어 그 종

류도 참 많다.

의학과 성형수술의 발전은 더 이상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이니 불감훼

상이 효지시야라의 의미인 부모님께 물려받은 내 몸을 온전하게 보존하

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옛 분의 말씀을 거역하는 셈이다.

타인의 눈에도 과분해 보이고 배우자가 보아도 양호한데 정작 당사자

의 눈에는 뭔가 부족하여 여기저기 칼질과 망치질을 받는다. 열 명의 타

인 중에 일곱 명 정도가 불량 판정을 내릴 정도의 마음 아픈 외모라면 몰

라도 양호한 몸을 주신, 부모님도 못 알아보게 만드는 성형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주 참해 보이던 어떤 여성을 몇 년 만에 만

났다.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는데 그 여성이 누구인지 전혀 초면이어

서 민망하였으나 의학의 힘을 빌린 작품치고는 처음보다 훨씬 못한,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얼음공주의 얼굴이 되었음을 알고 실망했다.

문신은 미용의 일종이라는데 눈썹의 문신은 성형에 속한다고 한다.

썹이야 그렇다 치고 별별 곳에 다 문신을 한다. 온몸에 용을 새겨서 흉물

스러운가 하면 팔다리, 어깨, 배꼽 밑, 골반, 허리 등등 참 다양하다.

그렇게 좋으면 뺨이나 이마에도 화살에 꽂힌, 하트 모양의 문신을 할

만한데 아직 얼굴은 침범 불가구역인가 보다.

 
 

李丙鎬  散文集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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