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同床異夢

산사(山寺)의 봄

marineset 2023. 6. 29. 11:28

산사(山寺)의 봄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명성을 날리신 서산(西山)대사에 관한 이야

기는 국사 교과서에도 소개되고 있으며 일명 휴정(休靜) 스님으로도 잘

알려진 분이신데, 우연히 불교신문을 읽다가 스님과 관련된 여러 호칭을

알게 되었다.

속세에서의 이름은 완산 최()씨 여신(汝信)이며 자는 현응(玄應)이라

는 것과 청허(淸虛) 선사(禪師)라는 법호가 따로 있다는 것은 물론, 중종

15(1520)에 출생하시어 인종, 명종, 선조 등 여러 임금의 통치시대

를 살다가 1604년에 열반하셨다는 내용이다.

청허선사(淸虛禪師) 돈오송(頓悟頌)* 일부를 해석해 놓은 것 중에

 

慈悲是觀音 喜捨是勢至

嗔心是地獄 貪心是餓鬼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 돈오(頓悟) :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 것, 문득 깨달음.

 

보시하는 마음은 대세지보살이다

성내는 그 마음이 지옥이요

욕심내는 마음은 아귀니라.

 

위와 같은 구절이 참 마음에 닿아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다. 모친께서

는 신심이 매우 깊으신 불자이시며 신도회장으로 오래 활동하셨고,

영향으로 전 가족들이 모두 절에 다니며 부처님 말씀에 정진하는 것 같

은데 나는 부처님 오신 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절에 가지않는 불

심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고 자인한다.

 

선친께서는 생전에 용인(龍仁) 남사면에 규모가 매우 큰 선산을 장만

하시어 선영을 조성하고 농가 주택, 축사 등을 지으셨는데, 임야 일부를

정지 작업하여 가까운 스님을 통해 사찰부지로 기증하셨고, 그 자리에

절이 생겼으니 벌써 20년이 훨씬 넘은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영원불변

그 절에 다닌다.

 

불교 방면에는 좀 무식하다 보니 절이 문을 여는 날을 뭐라고 표현하

는지 몰랐다. 개원? 개업? 개사(開寺)? 오픈?

그런 날은 대웅전 부처님의 눈을 그려 넣는 점안식(點眼式)이라는 표

현을 사용한다 하여 화분을 보내면서 축 점안이라고 리본에 써서 보냈

. 그때가 꽃 피는 봄날, 바로 산사(山寺)의 봄이었다.

 

자비로운 마음은 관세음보살이요

보시하는 마음은 대세지보살이다

성내는 그 마음이 지옥이요

욕심내는 마음은 아귀니라.

내 주위에는 자비로운 척, 남을 위해 봉사하는 척하면서도 눈에는 욕

심이 가득해 보이고 자기 마음 못 다스리는 불자도 참 많더라.

부처님 앞에서는 참회와 번뇌를 고하고 밖에 나가서는 끝없는 욕심 때

문에 사랑하던 이들과 갈등을 빚을 바에는 아예 탈종(脫宗)하여 자유롭

게 욕먹으면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李丙鎬 散文集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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