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인기 부활 [매일경제 2005.06.30 07:25:02]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삐삐가 주는 '단순함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삐삐를 쓸 일은 없어졌지만 개인적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입니다."조그만 휴대폰에 MP3, 디지털카메라,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이 구현되고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아날로그 유물(?)'인 삐삐가 여전히 사랑받고있다.
저렴한 요금은 물론 쉴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가 주는 피로와 스트레스에서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삐삐를 찾는 발길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선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리얼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무선호출기 가입자 수는 개인과 법인 고객을 합쳐 4만여 명에 달한다.
2000년을 전후해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가입자 수가 급감했지만 지난해부터 삐삐를 찾는 사람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김은하 고객만족팀 대리는 "지난해에 2003년 대비 50%가량 늘어난 4500여 명이신규 가입한 후 올해에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기업 고객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선호출기 비즈니스가 수익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포기하면 국내에서는 삐삐를 구경할 수 없게 된다"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홈페이지를통한 무료가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삐삐 수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 무선호출기 시장에서 50%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기기 전문업체 한텔은 지난해 미국 캐나다 중국 등지에 삐삐를 120만대 이상 수출했다.
휴대전화 전자파에 민감한 장비들이 많은 병원 소방서 등을 비롯해 통신비 부담에 시달리는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수출용 삐삐를 생산해 연간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삐삐는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현재 모토롤라 브라보 플러스,삼성 씽 등 다양한 중고 삐삐가 매물로 올라와 있다.
개인이 소장했던 제품을 경매에 부친 것들이 대부분으로 1000원 경매로 시작해부담없는 가격인 1만원 안팎에서 낙찰되고 있다.
최근 중고 삐삐를 구입해 개통한 이현숙 씨(28)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에서 벗어나고 싶어 삐삐를 구입했다"며 "일에 가장 집중해야 할 때 휴대폰을 꺼놓고 삐삐로 오는 급한 연락만 응답해 업무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다"며삐삐 예찬론을 폈다.
업계 관계자는 "스팸 메일이 없고 원하지 않는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함께 최초 무선통신 기기로 삐삐가 등장했을 당시 추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삐삐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로그에서 더 깊이 보기 : 휴대폰 시대 삐삐를 사랑하는 사람들 - "삐사모"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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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휴대전화 중독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입력 : 2005.07.24 21:26 54' / 수정 : 2005.07.25 09:22 57'
흔히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그 페이저(pager)가 지난해 어느 IT 전시회에 등장했다. 삐삐 사용자는 1997년 1500만명으로 정점에 올랐다가 4만명까지 줄었지만 작년에만 4500명이 새로 가입하면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다. 아직도 1200만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미국처럼 삐삐는 긴급 호출이 잦은 의사·간호사·군인, 일부 영업조직에서 주로 써 왔다. 그러던 게 최근엔 일반인 가입이 늘고 있다.
▶삐삐의 미덕은 한 달 8000원밖에 안 되는 요금을 넘어 ‘받지 않을 자유’에 있다. 호출이 와도 하던 일을 덜 방해받는다. 응답 여부를 생각할 여유가 있다. 짜증스러운 스팸전화 공해로부터 자유롭다. 휴대전화는 그러나 받지 않곤 못 배긴다. 당장 안 받으면 뭔가 놓칠 것 같은 ‘잠재적 상실효과’를 뿌리치지 못한다. 작년 미국 MIT대 조사에서 휴대전화가 ‘가장 싫은 필수품’으로 꼽힌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의 휴대전화 중독은 분명 세계 으뜸이다. 네 명 중 세 명꼴로 휴대전화 벨소리나 진동이 울린 것 같은 환청(幻聽)을 겪는다. 다섯 중 셋은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도 수시로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한다. 셋 중 둘은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면 불안·초조해진다. 절반 이상은 걸려오는 전화를 놓칠까봐 집안에서도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한 소비자 조사기관이 엊그제 발표한 1만명 조사결과다.
▶한국엔 ‘전화 인간’이라는 새 인류, 이른바 ‘텔레포니쿠스’가 출현했다. 거리엔 온통 경례하듯 휴대전화를 귀에 모시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삐리릭 소리가 들려야 막혔던 기가 풀리고/ 정신이 확 드는…도처에 삐리리릭 소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삐리리리 소리를 만들려고 번호를 누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해도 너무해/ 한국은 지금/ 애도 어른도 몽땅 통화 중’(류근조 ‘전화인간’).
▶휴대전화는 특히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무언가가 돼버렸다. 전화가 걸려오지 않으면 허전하고 우울하다. 틈만 나면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70년대 고교생들이 볼펜으로 손가락 장난을 했듯,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문자 보내는 시늉을 한다. 혼자 침묵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이끌 세상은 얼마나 어수선하고 괴팍할까. 어른들부터 필요할 땐 전화기를 쉬게(休) 하고 기다릴(待) 줄 아는 ‘휴대(休待)전화’ 솔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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