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4일 ·
친구들과 합류 계획이 있어서 병점역 11시 9분 급행 전철을 타기 위해 집사람이 역에 데려다 주었다. 후문 출입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 보니 전철 도착시간이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아뿔싸, 지갑을 안 가지고 왔으니 어쩌면 좋아. 집사람에게 지갑 좀 가지고 다시 와 달라고 전화를 하고, 엘리베이터 옆 창문에서 다른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남성 미화원이 다가와서 대뜸 시비를 거네? 왜 가래침을 뱉냐는 거였다. 하도 어이가 없어, 그런 적 없다고 항의를 하였지만 자기가 아래층에서 봤다고 하는데 순간 열 받아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뭔 미화원이 이렇게 거칠고 공격적인지, 나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당신 외에는 누가 여기 창문에 있냐는 거였다. 아래층에서 내가 침 뱉는 걸 보았단다. 순간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명색이 치과의사라고 하는 내가 공공장소에서 가래침을? 아무리 부정해도 눈을 부라리며 사과도 없이 돌아서는 미화원님.
완전 아니면 말고였다. 지갑 받으러 아래층에 내려가고 또 들어오는 급행열차 타려고 뛰다 보니 이 미화원에게 한 마디 사과받을 기회가 없었다. 졸지에 지저분한 사람이 되고, 기분 더러운 날CCTV라도 확인하면 되겠지만 내가 모욕감을 느끼는 것과 그 미화원님의 생계를 위한 고충을 어찌 비교할까요.
개천절 낙수
종각역 출구는 엄청 혼잡하였고 세종로 사거리로 가는 길도 늘어난 인파로 복잡하였는데 교보문고 옆길은 사람이 꼼짝달싹 못 할 정도였고 압사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되돌아와서 옆 골목을 종횡진하며 역사박물관 근처까지 진격하였다. 참 덥다. 확성기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혼합되어 들리니 어느 집회에서 누가 말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러함에도 장승처럼 부동자세를 유지하며 결의에 찬 애국 신념을 가진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잠시나마 여러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개판이 되었는지.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정의는 지켜야 하건만. 청와대로의 행진은 포기하고 지인을 뵈러 터벅터벅 걸어서 낙원상가 지하 주점에 가니 젊은이들은 외면하겠지만 노인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천국같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주점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 세 명이서 막걸리 두 병, 소주 두 병, 머릿고기 한 접시, 떡만두국 까지 시켜 먹고 19,500원 내고 나왔다. 집으로 오는 전철에서, 국가공인 노인증(전철 무료승차권) 소지자가 앉을 권리가 있는 자리에 당당하게 비비고 앉아 졸다 보니 수원을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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