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식
- 승인 2022.01.12 18:26
- 수정 2022.01.12 18:25
- 2022.01.13 16면
오산시립미술관 기획초대전 등 참여
“급속개발 여파 과거 잊혀져 아쉬워”
“예술도시 오산 만들기 기여하고파”
“사라져가는 고향의 모습을 작품으로 담아 역사로 길이 기억되길 바랄 뿐입니다.”
'오산창작예술촌' 김주원(사진) 촌장은 자신을 “고향 오산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향토작가”라고 소개하면서 “오산도 급속한 개발의 여파로 과거 흔적들을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나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먼 훗날 제 작품을 보면서 당시 모습을 회상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리움이 가득하고 눈에 밟히는 고향 모습을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 제게 주어진 몫이라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화실 한쪽 벽에는 2019년 장마 당시 오산천 모습이 담긴 대형 그림과 또 다른 벽에는 부산동 옛 모습과 아파트가 들어선 현재 모습을 담은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봐도 남다른 '고향애'를 엿볼 수 있다.
어릴 적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성호초등학교 6학년 때 그린 동물원 그림이 교실 학습란에 전시되면서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이후 오산중학교 1학년 당시 미술 교사인 권용택 선생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20대인 1980년쯤부터 오산에서 개인화실과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그는 2000년쯤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정든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거처를 찾아 강원도 평창으로 떠났다.
“지금도 별반 차이는 없지만, 그 당시는 예술을 업으로 사는 것이 솔직히 너무 힘들고 또 배고팠어요. 그래서 아무 연고도 없는 평창으로 도망치듯 떠났죠. TV 속 '자연인'처럼 자연을 벗 삼아 농사를 지으면서 취미로 그림 그리며 살려고요”
더덕과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발효식품인 효소를 담그며 '유유자적'의 삶을 살던 그곳에서 권 선생님과 우연히 만났다.
“제게 예술은 숙명과도 같은가 봐요. 멀리하려고 고향을 떠나왔는데 은사님을 재회해 다시 붓을 잡은 걸 보면요. 그 만남을 계기로 한동안 시들해졌던 열정을 되살리게 되었죠.”
그는 권 선생님과 토박이 예술인들로 '평창미술인협회'를 조직해 해마다 2차례 전시회를 열고 그가 떠난 지금도 전시회는 이어지고 있다.
오산문화재단에서 '오산창작예술촌' 입주작가를 뽑는다는 지인들의 권유로 8년 동안의 타지생활을 접은 그는 2018년부터 입주작가로 활동하다 지난해 2월 '오산창작예술촌'의 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평창에서 장승과 솟대를 보며 주로 그림을 그렸던 그는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기쁨”에 매료돼 직접 조각을 결심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 이수자이자 장승 명인으로 널리 알려진 타목(打木) 김종흥 장인을 만나기 위해 경북 안동을 수차례 오갔다.
몇 차례 만남을 피하던 김 장인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정성에 감동해 결국 자리를 갖고 그에게서 열망을 확인하고는 쓰던 끌과 조각 도구를 선물로 건네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총각 도사'로도 알려진 김 촌장은 오산중학교 창립연도를 기념해 오산중, 오산고 출신 미술인들로 'Again 1948'을 2013년에 설립해 초대회장 등을 7년 동안 맡고 현재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2년부터 한·중·일 전시회 참여와 2013년부터 오산시립미술관 기획초대전과 오산미술협회, 성호미술인회 창립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전시회에 참여했던 김 촌장은 각종 행사에서 장승과 솟대 퍼포먼스로 관중들과 교감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 곳곳의 사진찍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미술가를 지망하는 지역 학생들과 함께 'Again 1948' 전시회를 다시 열고 싶다”면서 “후배 양성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함께 '오산창작예술촌'을 더욱 발전시키고 '예술 도시 오산'을 만드는 데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오산=송경식 기자 kssong020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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