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진해 천자봉을 구보했던 해병대 226기 훈련병시절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난 9월 4일 1029기로 입대한 아들녀석이 이번주부터 극기주훈련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진해가 아닌 포항의 천자봉행군에 도전할 것이며, 영광의 빨간명찰을 달게될 것이다.
아들의 선배기수되는 876기 모 해병이 실감나게 쓴 천자봉 행군기록을 정독하면서 아들과 함께 극기주훈련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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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 '내일부터... 다시 말해 오늘 순검이 끝나고 정확히 3시간후 자정이 되는
시간부터 극기주에 들어가겠다!!!... 아무튼 전원 살아서(?) 다음주에 보길
바란다!!! ㅋㅋㅋ'
극기주...
훈병들의 훈단생활의 백미이자 훈병들이 피해갈수 없는 마지막 관문인 5주차...
그것이 바로 극기주였습니다.
'그...극기주? 우리가 그럼 지금까지 한건 뭐였지!!!'
'그러게 말여... 지금도 빡신데 이것보다 더 빡시다고 하면???'
'조홀라 빡시겠다...ㅠ.ㅠ'
훈병들은 저마다 한소리씩 외친후 이제 앞으로 다가올 극기주의 시작을 기다리며
잠을 청했습니다...
.........
: 00:00
띠리리리링~~~~~~~~~신병 876기 지금 집합하면 연병장에 총원 집합한닷! 총원집
합!!!!'
잠든지 얼마 되지도 않은것 같은데 스피커에서 째지는 듯한 소리의 싸이렌 소리를
시작으로 지옥의 극기주가 막이 올랐습니다...(죽었다...)
D.I : '극기주는 너희들이 해병이 되기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평소보다 더 고된 훈련
과 참지못할 고통이 따를것이다! 하지만 참고 견뎌라! 알겠나!!!'
'악!!!!!!!!!!!!!!'
소대장님의 결의에 찬 목소리에 화답을 하듯이 876기 훈병들의 목소리는 힘이 넘쳐
흘렀습니다.
하지만...
각 소대 소대장님 각자의 개성 넘치는 사랑(?)의 교육을 받는 훈병들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자...
결국엔...
D.I : '야! 3중대 5소대! 니들 이것밖에 안되는 놈들이냐! 제대로 못해!!!'
'악!!!!!!! 아뉩니닷!!!!!!!!'
D.I : '그런데 왜 비틀거리고 조루독감(조루 독감..ㅋㅋㅋ) 걸린 닭색끼 처럼
죽을상이냣!!!'
'아~~~~~악!!!!!!! ㅠ.ㅠ'
이렇게 소대장님의 넘치는 사랑을 소화못한채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를 훌쩍~ 넘어가고...
D.I : '사람은 정신력만 있으면 잠이라는 놈을 이겨낼수 있다! 고로 너희들도 사람
인 관계로 이 공식은 성립된다...ㅎㅎㅎ'
'악!!!!!!! (우린 사람이 아니라 훈병입니다...ㅠ.ㅠ)'
극기주는 첫날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자정부터 시작된 새벽의 빵빠레는 저 멀리 먼동이 틀때서야 그 화려한 개막식을
끝마칠수 있었죠. -ㅅ-;
..............
악몽을 경험한 훈병들은 몇시간 자지도 못한채 조별과업인 잡초뽑기에
들어갔습니다.
'내 눈 어때? 퀭하지? -ㅅ-'
'으...응... 조루독감(조루독감이 유행이구먼...) 걸린 닭색끼 눈같아... -ㅅ-'
'파...팔이 안올라가고 다리가 안움직여...ㅠ.ㅠ'
이제 막 극기주의 첫날이었지만 훈병들은 극기주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죠.
'아~~~~ 씨파!!! 이런 걸 일주일이나 더해야 돼?'
'야... 갈수록 강도가 더 빡세진다더라...'
'그것뿐이냐... 이번주 금요일날 천자봉 행군도 있어...'
그랬습니다.
극기주 기간에 잡힌 천자봉 행군은 훈병들의 몸과 마음에 비수를 꼽아버린채
비틀어버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조별과업이 끝나자 아침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뼈밖에 안남은 팔을 철봉에 올리느라 고생한 훈병들은 왕자식당에
들어갔지만...
배식판 앞에 간 훈병들은 경악을 했습니다.
'뭐...뭐야! 왜 이것밖에 밥을 안줘!!!'
'맞아! 밥 더 줘!!!!! -0-/'
'이거 먹고 어떻게 훈련 하라는 거얏!'
'야!!! 너 나 몰라?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수 있어!!!! =0='
그들이 평소에 먹는 머슴밥의 4분의 1도 안되는 양을 밥이라고 퍼주는 식사당번
훈병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동기들을 보고 식사당번훈병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변명을 했습니다.
'얘들아... 너무 그러지마... 소대장님께서 밥 퍼줄때 이걸로 퍼주라고 하셨어...'
식사당번훈병이 우리에게 보여준것은 아기 밥그릇 만한 사발이었습니다.
'허...헉!!!!! =0='
숟가락질 2번이면 츄라이바닥을 드러낼 정도의 양을 먹으며 훈병들은 점점 기력이
다해갔습니다.
'휴~~~~~~ 내 마지막 소원 한가지 있다면 건빵 한봉지 먹는거다...'
'나...난.... 빙빙바투 한상자 지금 이자리에서 먹을수 있는데...'
'야! 자꾸 먹는 얘기 하지마! 그렇잖아도 배고파 죽겠는데...ㅠ.ㅠ'
훈병들은 주린 배를 채우려고 소대장님께서 오염되었다고 마시지 말라던 수돗물을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식사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짧아진 식사시간 대용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소대장님의 사랑의 교육시간은 훈병들의
몸과 마음을 황량하고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D.I : '총검술 연무 16개 동작! 시작!!!'
'악!!!! 찔러~ 때려~~~~~'
지겨운 총검술...
그것보다 더 지겨운 집총체조...
그것보다 더욱 더 지겨운 선착순...
하루하루가 단조롭지만 단조로운 시간을 탈피하고자 강도를 업그레이드 시킨 소대장
님의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D.I : '야! 이 소색끼들아! 총검술 지겹지? 종목을 바꾼다! 축구골대 좌에서 우로
선착순 10마리!!!'
'우오오오오~~~~~~~~~ -0-/'
마지막 한마리가 나올때까지 플레이되는 선착순이 끝나면...
D.I : '야! 이 말색끼들아!!! 선착순 지겹지? 종목을 바꾼다! 파도타기 준비!'
'우오오오오~~~~~~~ -0-/'
100번부터 시작한 파도타기가 마지막 다섯번까지 할때까지 끝나면...
D.I : '다시 총검술 연무 16개 동작 시작!!!!'
끝이 안보였습니다.
해는 중천에 떠서 가라앉을지도 모르는지 우리들 위에서 쨍쨍 내려쬐고 있었고,
야속한 바람색끼는 미팅갔는지 우리들 곁에서 바람 한자락 불어줄 생각도 안했습
니다...
한마디로...
생지옥이었습니다.
............
.........
.......
'허허~* 내 다리봐라... 저절로 움직여~~~~ ㅠ.ㅠ'
'야... 너... 처음볼때보다 살빠졌다... 처음볼때는 똥배만 나온것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 몸무게 한 20키로는 빠진것 같다... -ㅅ-a'
먹을것도 제대로 못먹고...
잠도 제시간에 못자고...
시도때도 없이 들려오는 총원집합 소리...
훈병들은 점점 자신들의 똥배와 물살들이 쪽쪽 빠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
...........
..........
'야! 내일 천자봉 등정이래! 소대장님께서 지금부터 완전무장 30분내에 꾸리라고
하셨어!!!'
'....그렇구나...허허~ 허허~~ 허허허허~~~~~~~~ =ㅂ=b'
엎친데 덮친격으로 찾아온 천자봉 행군 전날밤이었습니다...
D.I : '과업~~~~끝! 모두 군화(워카) 벗어!!!'
'악!!!!!! 군화 벗어!'
천자봉 행군을 이제 하루 앞두고 힘든 극기주의 석별과업이 끝났습니다.
연병장에 모인 훈병들은 소대장님의 과업종료 소리와 동시에 워카를 벗고 차례대로
병사로 들어가는데...
'야~ 밀지 마~ 넘어질 뻔 했잖아!'
'아~~~~~ 내 워카 떨어졌다! 야! 발로 차지마!!!'
차례대로 질서정연하게 들어가야 하지만 어느새 좌우에 있는 병사입구문에는
먼저 들어가겠다고 아우성 치는 훈병들로 시장바닦을 연상케하는 풍경이 벌어졌습
니다.
그때였습니다.
'길~비~켜!'
'길비켜!'
'야! 길비켜!!!!'
아수라장의 끝에서 시작된 '길비켜'의 소리에 어느새 질서정연히 양옆으로 갈라지는
훈병들...
그리고...
양옆에 훈병들이 도열한 사이에 나타난 소대장님...
D.I : '퍽~ 퍽~ 야! 길비키라는 소리 안들리냐! 저리 안꺼져!!!'
소대장님께서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날라다니면서 제거하기 시작
했습니다... -ㅅ-;
여기서 잠깐!
'길비켜'의 정체는?
소대장님의 현재 위치 파악과 동시에 소대장님이 제일 먼저 포착되는 훈병이 주위에
있는 훈병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길비켜'란 구호입니다.
예를 들어서...
훈병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빨을 나누다가도 저 멀리서 길비켜란 소리가 조그맣게
들리기라도 하면 모두 그자리에 얼어붙은채 소대장님께서 강림(?)하시기를 기다리는
것이죠.
먼훗날...
제가 말년병장때 브라보 중대에 '길비켜'를 부활시켜서 적용을 시켰습니다.
'야! 야! 마린이 해병님 오신다! 길~비~켜!!!!'
'길~비~켜! 마린이 해병님 행차시다!!!!'
저 : '크~흠! 좋아~ 좋아~ 아주 좋아~~~~ ^ㅂ^V'
아무튼...
'길비켜'의 소리를 못들은 훈병들은 자신들 앞에 갑자기 날아온 소대장님의 워카
발에 희생이 되기도 하지요... =ㅂ=b
..............
..........
.......
D.I : '내일은 천자봉 등정하는 날이자 극기주 마지막날이다!'
'악!!!!!!'
D.I : '천자봉 등정은 등산이기 때문에 양포행군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서...'
'악!!!!! (그...그래서???)'
D.I : '지금부터 내가 호명하는 훈병들은 내일 천자봉 등정에서 제외된다!'
'악!!!!!!(왜...왜요??? =ㅅ=a)'
거기까지 말씀하신 소대장님께서는 훈병들을 천천히 훝어보시기 시작했습니다.
D.I : '너! 너! 너! 그리고....... 너까지! 내일 천자봉 등정 열외다!'
'악!!!!!!! 천자봉 갈수 있습니닷!!!!!!!!!!!'
D.I : '그래... 너희들 마음은 잘 알겠지만 천자봉 등정은 등산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사고가 난다! 내가 너희들을 제외 시킨 이유는...'
'.........'
천자봉 등정은 일반인들이 산을 올라가는것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완전무장을 등에 멘채로 휴식도 없이 꾸준한 속도로 끝까지 올라가야 하는거죠.
그때문에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적게 나가는 사람은 쉽게 탈진되고 쓰러지기 쉽상
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소대원들중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는 인원이 없도록 소대장님께서는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것이였죠.
..............
..........
.......
D.I : '그래... 내가 너희들이 누구보다 훈련 열심히 받고 최선을 다하는것은 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너희들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희들 자신 손해야... 나를
평생 원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너희들의 안전상 못데려간다...'
'..........'
D.I : '그렇다고 너희들이 다른 동기들보다 못하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너희들이
사회에서 몸무게 많이 나간다고 놀림 당하고 또 이곳에서도 다른 동기들보다
몇배는 더 힘들게 훈련 받는것도 잘 알고 있어...'
'............'
D.I : '하지만 너희들은 이제 곧 해병이 된다! 비록 천자봉 등정을 못가더라도 너희
들이 해병이 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동기들에게
미안한 마음같거나 부끄러운 마음 가질 필요 전혀없다!'
'...............'
D.I :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언젠가 너희들도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 줄때가
올거야...'
'..............'
D.I : '천자봉은 해병이 되기위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지만 지금 너희들의 눈을
보니 너희들은 천자봉에 안가더라도 충분히 해병이 될 자격이 있는 놈들이다'
'...........'
D.I : '먼 훗날... 꼭 찾아와라... 그때 나와 같이 천자봉에 올라가자꾸나...'
'아...악!!!!......흐...흑...ㅠ.ㅠ'
소대장님께서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천자봉 등정에 제외된 훈병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날밤 침구속에서 소리없이 뜨거운 눈물을 계속 흘려야만 했습니다.
...............
...........
........
D.I : '모두 준비됐나!'
'악!!!!!!!!!!'
D.I : '악끼있게 올라갔다가 다시 복귀하면 돼!'
'악!!!!!!!!!!!'
D.I : '무사히 갔다오면 너희들을 기다린 선물이 있을거다!'
'악!!!!!!!!!!'
D.I : '그럼 출발!!!'
드디어 천자봉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힘든 훈련으로 온몸에 상처 한가득인 자신의 몸을 일으키면서...
훈병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잘~ 갔다와라!'
'너희들 갔다올 동안 깨끗이 청소 해놓을께!'
천자봉 등정에 제외된 훈병들은 행군을 떠나는 우리들을 배웅해주러 나왔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소대장님은 우리들을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D.I : '모두 저놈들을 향해 외친다! 너희들도 해병이 된다!!!!! 라고!!!'
'악!!!!!! 걱정마! 그리고 너희들도 해병이 될꺼야!!! -0-/'
'개새들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0-/'
..............
.........
......
이미 행군을 해봐서인지 훈병들은 어느정도 행군에 대해서 자신이 붙은것 같았습니
다.
선선한 바람이 우리들의 땀을 긴빠이 해갔습니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구름떼가 태양을 긴빠이 해갔습니다.
그리고...
천자봉 정상을 긴빠이하러 떠난 훈병들이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D.I : '신병 876기!!!!'
'악!!!!!!'
D.I : '정말 행군하기 좋은 날씨 아니냐!'
'악!!!!!! 맞습니다!'
D.I : '좋아! 모두 힘차게 계속 전진!!!!!!'
'악!!!!!!!!'
...............
..........
.......
행군을 하면서 계속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 벌써 5주차네...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생각은 계속 들었습니다.
'(천자봉이라... 어떤 곳일까... 힘들겠지? 그래도 가봐야지...)'
문득 입대전에 천자봉 등정을 위해 동네 뒷산을 오르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 우리 동네 뒷산은 높지도 않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그리고...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왔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낙오한번 안했는데 등산도중에 쓰러지면 어떻하지?)'
불안한 생각은 계속 들었습니다.
'(또... 그렇게 되면... 나란 놈은... 어떻게 될련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자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동기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마륀아! 나 포항 살거든? 예전에 아빠랑 형이랑 천자봉에 많이 올라가봤는데 그렇
게 힘들지는 않더라... ^ㅅ^a'
'그래? 다행이다... 그럼 여기서 천자봉 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
'음... 여기서 한 두시간은 더 가야돼...'
'그렇구나...'
포항사는 동기의 말을 들은 저와 주변 동기들은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
.......
.....
D.I : '다왔다! 모두 여기서 10분간 휴식!!!'
천자봉을 오르기 전에 집결한 곳은 천자봉 밑에 있는 사찰이었습니다.
D.I : '다시 한번 말하겠다! 천자봉 등정은 일반 등산과는 차원이 틀리다! 다시 말
해서 너희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훈련과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힘든
훈련이 될것이다!'
'.........'
D.I : '다쳐서 올라갈수 없겠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앞으로 나와라!'
'.........'
D.I : '이제 5분후면 올라간다! 열외자는 지금 나와라!'
'........'
물집이 터져서 간신히 행군에 참여한 훈병...
기관지염으로 계속 콜록이면서 행군에 참여한 훈병...
심한 몸살로 인해 열이 심한 훈병...
그리고...
녹초가 되버려서 체력이 바닥난 대부분의 훈병들...
이 모두가 천자봉을 오르겠다는 일념하나로 이를 악물고 왔습니다.
D.I : '좋다... 부상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출발!!!!'
..............
..........
.......
훈련으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 얼굴들을 서로에게 들이?釉庸? 동기들은 주먹을
움켜쥐었습니다.
'ㅋㅋㅋ 색꺄! 중간에 퍼지지 마라!'
'ㅎㅎㅎ 너나 쓰러지지 마라! 힘내자!'
'ㅋㅋㅋ 씨파! 너랑 함께하면 천자봉이 아니라 만자봉이라도 갈수 있겠다!'
'우리... 정상에서 다시 만나자!!!!'
아무리 힘든 훈련이지만 동기들과 함께라면 지옥까지 갈수 있다는 인식을 비로서
느끼게 된 우리들...
서로를 격려해주면서 신병 876기들은 천자봉을 향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D.I : '출발!!!!! 모두 정상에서 보자!!!'
'악!!!!!!!! 동기야!!!! 힘내자!!!!! 파이팅!!!!! -0-/'
드디어 천자봉 정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 내딛었습니다.
훈병들은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폭도 좁고 길이도 장난이 아닌 계단을 오르면서 훈병들은 이를 악물었습니다.
'휴~~~ 계단길이가 장난이 아닌데? ^ㅅ^;'
'그러게 말야... 여기서 올려다봐도 끝이 안보이네...'
'이 계단 끝에 천자봉이 있을까? -ㅅ-a'
하지만...
길고긴 계단을 한걸음,두걸음 걷다보니 그런 생각도 사라졌습니다.
'씨파~~~~ 뭔놈의 계단이 이렇게 길어!!!'
그렇게 원망과 불평만을 되새김질 하면서 올라가고 있을때였습니다.
'얘들아!! 계단 끝이 보인닷!!!!!'
행군 앞렬에서 누군가 외쳤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계단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저기만 올라가면 쉴수 있겠지... =ㅂ=;'
이런 야무진 생각을 가지고 계단의 끝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계단을 다올라가자 우리들은 좌절했습니다.
D.I : '이 소색끼들아! 빨랑 뛰어!!!!'
'허~~~~헉!!!!!!! -0-'
평평한 평지가 나오자 훈병들은 계단을 올라온 차례대로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헉~ 헉~~~ 나 죽네... ㅠ.ㅠ'
계단을 다 올라가서 안도의 한숨을 쉴 겨를도 없이 훈병들은 앞사람과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으려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지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것은 비포장 산악 언덕길...
'헉!!!!! 저기를 올라가야 하는거얏??? -0-/'
숲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꺽고...
발에 채이는 돌멩이를 발로 차며...
훈병들은 개미떼마냥 꾸역꾸역 올라갔습니다.
'씨파... 도대체 10분간 휴식은 언제얏!!!'
행군은 50분 걷고 10분간 휴식이 기본이라는 인식이 훈병들의 머릿속에
박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대장님의 일갈호통 한마디에 훈병들은 그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D.I : '계속 걸어!!!! 천자봉에 올라갈때까지 니놈들에게 휴식은 없다!!!'
뒤를 돌아봤습니다.
뱀의 몸통처럼 기나긴 한줄의 행렬이 끝도없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야! 빨랑 올라가! 뒤에서 밀리잖아!!!'
한사람이 힘들다고 도중에 멈추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행군을 멈추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훈병들은 걷고 또 걸었습니다.
도대체 평지는 언제 나오는 것일까요...
험난한 고갯길을 다 올라가면 그것보다 더 높고 경사진 고갯길이 훈병들을
기다리고 있었죠.
천자봉 정상이라는 곳은 훈병들의 코빼기에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그들의 시야에는
앞사람의 뒷통수만 보일뿐이었습니다.
훈병들은...
지쳐갔습니다.
입에서 단내가 풍겨왔습니다.
이미 배출할 땀방울 한방울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리에서는 종아리를 타고 올라온 쥐가 허벅지까지 마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훈병들은 걸음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들을 기다린 험난한 장애물...
그들이 올라가는 길 옆에는 끝도 안보이는 낭떠러지가 보였습니다.
'하아~ 하아~ 차라리...차라리 저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고 싶다...'
훈병들은 저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군에 임했습니다.
마침내 낙오자가 발생했습니다.
힘든 등정길 도중에 다리에 무리가 와서 길 옆에 주저앉은 훈병을 보고 소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D.I : '갈수 있겠나! 아직 정상에 올라가려면 멀었다!'
'악!!!! 갈수 있습니닷!!!!'
D.I : '힘들면 천천히 올라와라! 하지만 못하겠다고... 또 포기하겠다고 말하지는
마라! 여기까지 온 이상 천자봉은 꼭 가야 한다!!!'
'악!!!!!! 맞습니닷!!!!!'
올라가면 갈수록 낙오자의 수는 늘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다친 다리 걱정보다는 동기들과 천자봉에 올라갈수 없게
될까봐 부지런히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고 또 주물렀습니다.
..........
'휴~~~~ 정말 신기한건 말야... 빡세다고 한 시점만 지나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거야...'
'맞아... 이것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잖아? ^ㅅ^'
'내가 들었는데 정상에 올라가면 우리 시원한 음료수 마실수 있다더라~'
'정말이니??? ^0^'
훈병들은 이런 고난이도의 등정에 어느정도 적응을 했는지 소근거렸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것만 같아서 훈병들은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쑥~ 불쑥~
어디선가 숲을 헤치면서 한무리의 정체모를 무리가 등장했습니다.
"어머~ 쟤네들 또 올라가네~'
'허허허~* 힘내라! 나 해병 XXX기다! 후배들아 화이팅!!!'
'군인 아저씨들! 나 천자봉 정상 올라갔다 지금 내려오는 길이에요~~'
훈병들과는 다른 코스로 천자봉 정상에 등정을 온 일반 등산객들의 등장이었습니다.
등산객들을 보면서 훈병들은 생각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좋겠다... 쉬고 싶을때 쉴수 있고... 또 목마르면 물마실수도 있고...'
그렇게 그들 곁을 지나갈때 등산객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요즘 애들은 저렇게 힘이 없어서야... 저것봐~ 벌써부터 지치고 말야...'
'쟤네들 해병 맞아? 왜 저렇게 비실거려?'
훈병들은...
모두 분노했습니다.
'뭐야! 저 아줌마 아저씨들!!! =0=/'
저런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대한민국 해병대 훈병 876기가 아니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줄수 없다는 생각에 훈병들은 오바액션을
취했습니다.
'아휴~ 100KG 짜리 완전군장이 왜 이렇게 가볍냐... ^ㅅ^;'
'말도마라~ 20KM 구보로 왔더니만 다리가 이제서야 무리가 오네...^ㅅ^'
'우리 오늘 몇번째 천자봉에 올라가는거냐? 한 15번째 되지 않냐? ^ㅅ^V'
훈병들은 자신들이 표현할수 있는 최고의 이빨을 내뱉으며 일반인들 곁을 지나갔
습니다.(바보들... -ㅅ-)
하지만 일반인들의 수근거림이 오히려 훈병들에게는 득이 되었는지 그들의 발걸음은
한층 더 가벼워졌습니다.
D.I : '모두 저 팻말이 있는곳을 지나갈때 뛰어가면서 팻말에 적힌것을 한번씩 크게
외치면서 통과한다.'
산을 오른지 절반 정도 왔을때 여기저기 붙어있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구나 해병이 될수 있으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것이다!'
'인간 개조의 용광로!!!'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런 팻말이 곳곳에 눈에 들어오자 소대장님께서는 팻말에 적힌 말들을 우리에게
큰소리로 외치면서 지나가게 지시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구호를 한번 외칠때마다 훈병들은 지친 자신들의 몸에서 어디선가 모를
힘이 솓구쳐 오르는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D.I : '저기 멀리 보이는 곳이 바로 천자봉 정상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소대장님께서 가르키신 곳을 보니 저 멀리 구름낀 사이로 천자봉 정상이 보였습니다.
'앗싸~~~~~ 조금만 더 가면 된다~~~~ ^0^/'
훈병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마지막
스피트를 가했습니다.
...........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여기서 포기하면 난 인생의 낙오자야...)'
'(조홀라 힘들다... 하지만 저색끼들과 같이 가면 어디라도 갈수 있어...)'
'(나...난... 이제 더이상 패배자가 아냐... 저기만 가면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거야...)'
'(거의 다왔다... 어라? 이제 입안에 침도 안나오네... 훗~ 내 다리야... 조금만
더 버텨라...)'
'(다리에 쥐가 난지 오래지만 걷다보니 다 풀렸어... 입술 깨물어서 자꾸 피가
나네... 하지만 한번 더 깨물자!!!)'
.........
훈병들은...
대한민국 해병대 훈병 876기들은...
드디어 천자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힘들고 도중에 포기할뻔 한적도 수십차례...
하지만 자신들의 곁에서 얼굴 근육이 마비된채 자신을 향해 힘겹게 웃어주는 동기들
을 보면서 그들은 끝까지 올라갔습니다.
D.I : '신병 876기!!!!!!!'
'악!!!!!!!!!'
D.I : '신병 876기!!!! 다 왔다!!!!!!!'
D.I : '힘드냐!!!!!!!'
'악!!!!!!! 아닙니닷!!!!!'
D.I : '수많은 선배 해병님들께서 해병이 되기위해서 오르신 바로 그 곳이다!!!'
"악!!!!!!!!!!'
D.I : '이제 너희들도 충분히 해병이 될 자격이 있다!!!!!'
'악!!!!!!!!!'
D.I : '정말 수고 많았다!!!!!'
'악!!!!!!!!!'
D.I : '지금부터 선배 해병님들에 대한 경의와 존경의 의미로 전원 묵념!!!'
천자봉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 본 그곳은 장관이었습니다.
비록 그다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훈병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고 갈망하던
붉은 명찰을 달기위해 이곳 천자봉 정상에 올라왔던 것입니다...
...........
....
D.I : '그래... 지금부터 각 소대마다 기념촬영을 한뒤에 점심을 먹는다!'
'악!!!!!! ^0^/'
그러고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험난한 곳에 사진기사 아저씨는 허허~ 거리면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것
이 훈병들을 경악케 했습니다.
'허허허~* 이번 기수 애들은 참 야무지게 생겼네요...'
D.I : '허허허~* 아니에요... 아주 꼴통색끼들이에요... ^ㅅ-'
사진을 멋들어지게 한방 박은뒤에 훈병들을 기다린것은 맛있는 점심시간...
'ㅋㅋㅋ 주먹밥 조홀라 맛있다~ ^ㅅ-'
'맞아... 그런데 니 주먹밥은 내꺼보다 더 큰것 같네... -ㅅ-a'
점심을 먹고 잠시 맞이하는 휴식시간...
어느새 올라오셨는지 훈단 2대대장님께서 우리들을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낄낄~* 소색끼들아~ 여기서 한시간 정도 쉰후 복귀하자!!! ^ㅅ^'
'악!!!!!!'
'좋아! 지금부터 오락시간이닷!!!!! ^0^/'
'우와와와와~~~~~~~~ ^0^V'
천자봉 정상에서 각 소대별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훈병들...
소대별 장기자랑의 시간이 돌아온것입니다~~~ (우오오오~~~~)
풀린 다리로 힙합 댄스를 추는 훈병...
철모 위에 걸터 앉아서 만담경연을 나누는 훈병...
자신들의 목소리를 뽐내면서 가요를 열창하는 훈병...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악! 훈병 XXX 지금부터 GOD의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소대 대표로 나온 훈병 한명이 부른 GOD의 어머니...
어느순간 그가 부르던 노래를 같이 따라부르는 우리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자신들의 검은 얼굴을 소매로 훔치는 우리들...
'어~~~~~~머~~~~~~니~~~~~~~~ -0-...흐...흑...ㅠ.ㅠ'
...............
원래 말이죠...
산은 올라갈때보다 내려올때가 더 빡셉니다.
'허허허~* 내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 -0-;'
'야! 천천히 내려가... 위험해!!!'
산을 내려가는 훈병들...
올라갈때보다 더 힘들게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그들...
하지만 천자봉을 정복했다는 자신감이 그들에게 힘을 부여해줬습니다.
돌아오는 길도 힘든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소대장님의 한마디가 우리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D.I : '좋아! 복귀하면 너희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원했던 선물을 주겠어!'
'흐...음... 그게 뭘까? 혹시 초코파이??? =ㅛ=;;;'
.........
....
'다 왔다! 우리집이 보인다(우리집???)'
1사단이 보이기 시작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 훈병하나가 외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해병대 훈병 876기들은 당당하게 천자봉 등정을 마치고 훈단에 복귀한
것입니다.
영내로 들어오고 훈단으로 향하는 아스팔트 길에는 우리들을 기다린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
2열로 나눠서 군가를 열창하면서 우리들을 반기는 무리들은 다름아닌 천자봉 행군에
참여하지 못한 동기들과 훈병후임들임 877&878기들...
'악!!!! 선임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동기들아! 고생 많았다!!!!!!! 정말 수고했어!!!'
뜨겁게 흐르는 전율이 훈병들의 몸을 감쌌습니다.
살아생전에 이렇게 뿌듯하고 감동적인 순간은 또 없을것이라고 생각한 훈병들은
그렇게 그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2대대 연병장으로 집합했습니다.
..........
.....
..
D.I : '신병 876기!!!'
'악!!!!!!!!'
D.I : '천자봉 행군 힘들었나!!!!'
'악!!!!!! 아닙니닷!!!!!!'
D.I :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지금부터 너희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원하는 선물을 주겠어!!!!'
'악!!!!!!!!'
천자봉 행군을 마치고 곧바로 향한곳은 연병장이었습니다.
모두 풀린 다리들을 지탱하느라 힘겨워하는 모습이었지만 각 소대장님들이 들고 계
시는 자그마한 물건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것은...
해병의 피와 땀의 결합체...
바로...
붉은 명찰이었습니다.
소대장님께서는 훈병들의 오른쪽 가슴에 한명씩 붉은 명찰을 붙혀주셨습니다.
D.I : '자~ 수고했어!'
'훈병! XXX 가...감사합니닷!!!!! ㅠ.ㅠ'
D.I : '자~ 너도... 수고했어!'
'훈병! XXX 흐...흑... 감싸합니닷!!! ㅜ.ㅜ'
훈병들은...
소대장님께서 자신들의 오른쪽 가슴에 붉은 명찰을 붙혀주실때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채 눈물만을 흘렸습니다.
D.I : '잘들어라! 너희들이 지금 흘리는 눈물이 바로 너희들의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붉은 명찰이다! 너희들은 이제 붉은 명찰을 가슴에 붙힐 충분한
자격이 된거얏!!!! 축하한닷!!!'
'아..악!!!!!! 가...카...캄싸합뉘닷!!!!!!!!!!!!! ㅠ0ㅠ'
훈병들은 자신의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붉은 명찰이 믿기지 않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이 조그마한 붉은 명찰을 받기 위해 그동안 흘렸던 눈물과 땀...
그리고 언젠가 붉은 명찰을 붙히고 당당히 찾아뵐 부모님...
D.I : '붉은 명찰은 너희들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낸 노력의 결정체이다! 모두 전역
하고... 아니 죽을때까지 지금 이때의 감정을 잊지 마라!!!'
천자봉...
해병으로 만들어주는곳...
해병들의 천국...
'천자봉아! 우리들을 잊지마라!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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