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병대 1사단 방공포대에 있는 1029기 아들 면회하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 급히 '포항종합장례식장'에 문상을 갈 일이 생겨 아들놈 면상이나 볼겸 아내와 함께 차를 끌고 포항까지 가는데
무지하게 멀더군요..
밤 11시에 '청룡회관'에서 과메기 안주삼아 폭탄주 몇잔 마시고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서문면회소에 가서 1착으로 면회신청하고 20분정도 기다리니까 찝차가 오더니 반가운 아들을 내려 놓더라구요.
아들 데리고 찜질방(시원청?)가서 좀 게기다가 건너편 극장에서 영화 '향수'를 봤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향수에 취해 몽롱한 기분이더군요..죽도시장에 영덕대게도 있는거 같고.. 마눌님과 저는 그거 먹고 싶었는데 그 잘난 아들께옵서 삼겹살을 드시고 싶다하니
포항까지 가서 그것도 서문앞.. 히쭈구리한 음식점에서 삼겹살 먹는 신세.. 게다가 쐬주 한잔도 못 걸쳤습네다.
마눌님이 밤눈이 어두워 운전을 못하니까 술 마시지 말고 운전이나 충실히 하라는겁니다... 에고 내 신세여.. 나는 밤눈이 좋으냐? 그놈의 운전때문에 아들과 술 한잔도 못 하는 불쌍한 아부지..
갈데가 없어 서문근처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서 1시간 반을 부자모자지간에 이바구했어요. 그 찻집 상호가 "목련찻집"입니다.
찻집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며 느낀점. 왔다리 갔다리 해병이 무지 많다는 것..
특히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친구들은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이리저리 맴돌면서 들어가기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울 아들도 6시까지 복귀하면 되는데, 늙은 아부지와 오마니 인천까지 운전하려면 피곤하니까 빨리 들어가라고 꼬셔서 몸에
좋지도 않은 담배 서너보루 안겨주고 사이좋게 나누어 피우라고 지시한 후, 5시도 채 되기 전에 서문위병소에 집어넣고 왔습니다. 오는길도 역시 멀더군요. 다음번엔 기차타고 오자며 이 얘기 저 얘기 주절대고 운전을 하는데..옆 좌석의 부인은 걍 정신없이 주무시더군요..
--------------------------------------------------------------------- 李해병과 白해병
李해병은 제 아들놈이고 白해병은 처남의 아들님이니까 두 해병의 관계는 외사촌간이지요. 놈과 님은 둘 다 85년생인데 李해병은 5월생, 白해병은 10월생이므로 사실 친구나 다름이 없건만... 작고하신 장인어른께서 가족간에는 위계질서가 학실(?)해야 한다고 하시어 애들이 어렸을적부터 특별교육을 시켜주신 덕분에 지금까지도, 앉으나 서나 키가 훨씬 큰 白해병이 李해병을 형님으로 호칭합니다. 두 친구 모두 친사촌이 있음에도 그들보다 더 끈끈한 우애를 지니고 있답니다. 처제가 미국서 오래 살았는데, 이 여인께옵서 두 조카인 李군과 白군을 데려가서 공부시키겠다고 해서 2000년에 비자신청을 했는데,, 李군은 OK되고 白군은 NO되어 눈물을 머금고 李군 먼저 떠나서 외국인 학생 1명도 없는 펜실베니아 촌놈들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고... 白군은 1년 뒤에 쫓아갔습니다. 소위,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조기유학을 가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능력 있는 처제님 덕분에 저비용 고 효율의 유학을 할 수 있었지요. 세월이 흘러 두 친구 함께, 꿈에도 그리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 되었고 나란히,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마귀할멈같은 이모와 고모의 품을 떠나 두 놈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대학촌으로 방을 얻어 떠나게 되었답니다. 많은 유학생들이 군대 안 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와중에, 금년 5월, 2학년을 마치고 두 녀석 모두 홀연히 귀국을 했습니다. 아들놈의 귀국 제 1성- 군대갔다 오겠습니다. 해병대로요... 제가 해병대를 나왔지만, 단 한번도 아들놈에게 해병대 권유한 적이 없었답니다. 제 영원한 여친이 해병대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 해서...근데 이 여자분이 지금은 지나가는 해병대 친구들만 보면 눈물을 흘리고 좋아해요. 작대기 한개이면 일병이지 왜 작대기 두개를 이병이 아닌 일병이라고 하냐는 등 군대계급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네요..
어쨋던 아들놈은 그렇다 치고 조카인 白군이 덩달아 해병대를 지원하겠다는 거였습니다. 白군은 헌병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하물며 해병대훈련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는 맹탕이지만 한 가지 아는 것은-- 해병대는 좀 빡시다 라는 애매모호한 상식. 白군의 해병대 지원 동기는 형님인 李군이 해병대에 가고 지는 육군가면 李군이 자기를 물로 볼 것 같아서 함께 간다라는 웃기는 논리였습니다. 두 녀석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인, 서울대 보다도 들어가기 힘든 해병大에 1029기 동기생이 되어 입학이 아닌 입대하였고, 둘 다 원하던 보병을 못 받고 포병이 되어 李해병은 1사단 발칸포 총잡이, 白군은 2사단 155미리 사격지휘병으로 여~얼씸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답니다. 두 친구 모두 12월 중순, 비슷한 날에 4.5초 휴가 온다는군요. 해병대 이등병, 李해병과 白해병 부라보! 비록 육군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지만 그래도, 해병대같은 해병대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며.. 해병대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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