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흔든 총소리…'우순경 총기난사사건'의 재구성
[북클럽] 김경욱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5-09 18:48 송고 | 2017-01-26 17:14 최종수정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김경욱의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문학과지성사)은 1982년 4월26일 경남 의령에서 벌어진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카빈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파출소 순경이 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실화를 피해자 11명의 시점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총기 난사사건'이라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건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이런 유형의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 언론이 잘 취하는 '미화'의 제스처나 사회적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 흔히 갖는 '사회적인 해석'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슬픔과 애도의 언어보다는 '블랙 유머'를 구사해 난폭한 힘에 의해 깨진 달걀처럼 처참하게 깨진 꿈의 '파편'들을 보여주는 식이다.
작가는 오로지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했고, 왜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집중한다. 타인의 아픔에 민감한 공감 능력을 가졌던 박만길, 어린 나이에 백부에게 맡겨져 평생 사랑만을 바라온 손미자, 모든 것이 무협의 세계로 보이는 철없고 꿈 많던 소년 손영기 등 미완의 인생을 살다간 이들이 추억된다.
박진감 넘치고 잔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사건을 작가는 세계사적인 인과망 속에서 재해석하는 또다른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미국의 미네소타와 아이오와가 한국의 시골 마을과 연결돼 있다.
소설의 시작은 우순경의 살인도구로 쓰인 카빈총의 탄생 설화에서 출발한다. 우체국 전화교환원 손영희가 총에 맞을 때 그는 펜팔을 하던 미국인 할머니를 떠올린다. 미국인 할머니의 아들 헨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죽었다.
"엄마, 물이 타올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 웅덩이 위로 헨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영희가 본 마지막 세상은 32년전 개마고원의 한 호숫가에서 전사한 벽안의 병사였다."(본문 87쪽)
살인자가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도 마을방송은커녕 변소로 숨어버린 면장, 온천 접대를 받다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뒤 마을 앞에 참호를 파 들어앉은 궁지지서장, 결재 라인만 따지며 나서길 주저했던 군청 직원들 개개인의 모습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사회시스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사회에 대한 고발로 읽히지는 않는다. 이들 무책임한 개인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이 분노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허약함에 대한 비애감이기 때문이다.
"명치에 총을 맞는 순간 손미자는 달걀을 움켜쥐었다. 돌아선 사랑의 팔을 붙들듯. 깨진 달걀이 흘러내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껍질을 잃은 생명의 엑기스는 무섭도록 차가웠다. 스물네 해, 손미자의 온 생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갔다.전보처럼 찾아오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었다. 죽음 또한 그러했다."(본문140쪽)
작가는 우순경 사건의 피해자 56명이 단지 숫자로만 환원될 수 없음을, 이 사건은 한 명 한 명의 이 꿈꿨던 우주가 사라진 비극이었음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소설이란 다름아닌 '삶'과 '사람'의 이야기임을 진혼곡도 사회고발서도 아닌 이 작품은 증명하고 있다.
ungaungae@
의령 우순경 총기사건 희생자 40년만에 넋 기린다
- 박수상
- 승인 2022.05.02 18:31
궁류면에 위령비 건립 추진
정부, 국비 10억 지원 결정
올해 설계 공모…내년 착공
정부, 국비 10억 지원 결정
올해 설계 공모…내년 착공
의령군이 40년 전 궁류면에서 발생한 이른바 ‘우순경 사건’으로 불리는 총기 난사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한(恨)을 지역 차원에서 푸는 것을 공식화했다.
2일 군에 따르면 오태완 군수는 지난해 김부겸 총리와의 면담에서 의령 ‘우순경 사건’ 사업 관련 국비 지원을 요청했었다.
오 군수는 면담에서 “40년 전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며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달 말 특별교부세 형태로 이달 안에 1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위령비 건립을 위한 국비 지원은 그간 유족들의 끈질긴 지원요청 건의도 힘을 보탰다.
국비 10억원이 지원되면 군비 3억원과 도비 2억원을 합해 총 15억원으로 위령비 건립을 비롯해 추모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간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위령비 건립을 오랜 기간 요구했지만 여러 굴곡을 거쳐 무산되기 일쑤였다. 군 차원에서 희생자의 애환을 달리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을 예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상반기 중으로 궁류면에 추모공원 조성 부지를 확정하고 작품 공모를 통해 실시 설계 후 내년 초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오 군수는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내고 이곳을 찾는 누구나 희생자를 기리며 국화꽃도 놓고 갈 수 있는 추모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들의 아픔에 전 공무원이 한마음으로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우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올해 40년을 맞았다. 이 사건은 지난 1982년 4월 26일 밤 궁류면 우체국 교환원 전 모양을 처음 총기로 사살해 통신연락망을 두절 시킨 뒤 민간인 사살이 밤사이 여러 마을에서 연이어 자행됐다. 당시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우범곤 순경이 무차별적으로 총과 수류탄을 난사해 주민 62명이 숨지고 33명이 다친 사건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연일 최대 뉴스로 전파됐다. 이 사건 이후 우 순경은 단시간 최다 살인이라는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박수상기자
오 군수는 면담에서 “40년 전 경찰이 벌인 만행인 만큼 국가가 책임이 있다”며 “국비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달 말 특별교부세 형태로 이달 안에 1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위령비 건립을 위한 국비 지원은 그간 유족들의 끈질긴 지원요청 건의도 힘을 보탰다.
국비 10억원이 지원되면 군비 3억원과 도비 2억원을 합해 총 15억원으로 위령비 건립을 비롯해 추모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간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위령비 건립을 오랜 기간 요구했지만 여러 굴곡을 거쳐 무산되기 일쑤였다. 군 차원에서 희생자의 애환을 달리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을 예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상반기 중으로 궁류면에 추모공원 조성 부지를 확정하고 작품 공모를 통해 실시 설계 후 내년 초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오 군수는 “합동으로 위령제를 지내고 이곳을 찾는 누구나 희생자를 기리며 국화꽃도 놓고 갈 수 있는 추모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들의 아픔에 전 공무원이 한마음으로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우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올해 40년을 맞았다. 이 사건은 지난 1982년 4월 26일 밤 궁류면 우체국 교환원 전 모양을 처음 총기로 사살해 통신연락망을 두절 시킨 뒤 민간인 사살이 밤사이 여러 마을에서 연이어 자행됐다. 당시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우범곤 순경이 무차별적으로 총과 수류탄을 난사해 주민 62명이 숨지고 33명이 다친 사건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연일 최대 뉴스로 전파됐다. 이 사건 이후 우 순경은 단시간 최다 살인이라는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박수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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