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食客散策

食客散策 * 대흥식당

marineset 2023. 6. 3. 05:27

 

<맛집칼럼 51>맑고 담백한 돼지국밥이 맛있다

재래시장 국밥의 전통을 이어온 44년 역사의 대흥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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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대 2012-10-28

지역마다 그 곳을 대표하는 특유의 맛이 있다. 서울의 순대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충청도 쇠고기국밥처럼 부산·경남에는 돼지국밥이 있다. 간편하고 뜨끈한 국물과 함께 든든하게 먹 을 수 있는 돼지국밥이야말로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 중 하나다.

돼지국밥의 유래는 정학하지는 않지만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 첫째는 고려시대 나라님이 백성들에게 돼지고기와 개고기를 나눠준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는 부산밀양일대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 일대가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북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한국전쟁 함흥 등지에서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며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정설로 전해오고 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기와 밥을 마는 돼지국밥은 부산과 경상도 일대에만 국한되어 있고, 1950~60년대에부터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는 한국 전쟁통에 미군부대에서 처리하고 남은 그나마 구하기 쉬운 돼지 부산물로 비싼 설렁탕을 흉내 낸 게 뿌리 내린 것으로 여겨진다.

돼지 뼈와 내장, 수육 등을 이용해 맛을 내며 고기를 먹고 난 부산물인 뼈를 이용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인 돼지국밥. 그러나 ‘돼지국밥’ 하면 보통 경상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맛보기가 힘들다는 생각과 낡고 오래 되고 냄새가 날 것만 같은 ‘국밥집’의 이미지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산에서 돼지국밥을 검색하면 궐동의 장용국밥, 시장 안의 대흥식당, 부용식당 등이 포스팅 되어 소개되고 있다. 담백하면서도 맑은 국물에 살살 녹는 부드러운 수육이 가득 담겨진 대흥식당의 돼지국밥은 한번 맛을 본 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맛으로 기억된다. 또한 곰삭은 무청김치와 잘 익은 깍두기와 새우젓만의 반찬으로도 한 끼의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시장 안 깊숙한 곳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찾아야 갈수 있는 식당이 있다. 대흥식당은 마치 60-70년대의 시대물 세트장이라도 옮겨 놓은 듯한 골목 속에 위치하고 있다.

중원사거리에서 수원 쪽으로 따라 올라가다가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주차장 뒤편의 통로로 나오게 되면 시장 안으로 바로 연결이 된다. 곧장 직진해서 가면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부용식당이 나오고 좀 더 지나서 중부상회 옆으로 작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대흥식당의 간판이 보인다. 성호초등학교 쪽으로 들어오면 시장 길로 쭉 들어와서 월미도수산횟집과 아울렛DC백화점이 있는 곳에서 왼쪽의 작은 골목으로 금산창평건강원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는 통로로 들어가면 대흥식당이 바로 보인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꼭꼭 숨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식당이 바로 대흥식당이다.

대흥식당은 이전에 오산재래시장의 초대 번영회장을 맡았던 김재환 통장이 35년 동안 운영하던 식당이다. 원래 안양에서 국밥장사를 오래 한 김재환 사장의 장모가 딸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 부인인 시집 와 대흥식당을 열고 운영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흥식당의 류경영(65) 대표는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네 살인 1?4후퇴 때 부모님을 따라 인천으로 피난을 내려와 성장하였고, 부인 유순옥(61) 여사와 결혼해 인천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시장에서 중앙상회를 하던 매부의 권유로 30세가 되면서 아이 둘을 데리고 오산에 와서 장사를 시작했다. 오산에 온 지 36년째다.

주로 채소 장사를 하면서 당시 오산 인근에 많이 세워진 공장에 식부자재를 납품하는 사업을 했다. 당시에는 비포장도로였고, 오산이 인근 지역의 교역과 교통 중심지여서 발안, 조암, 안성 등에서 많은 이들이 오산으로 장을 보러 왔단다. 그러다가 큰 길이 포장이 되고, 버스가 다니면서 교통이 편해지고 상권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유통사업에 진출하면서 대형마트, 식부자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기업 산하의 기업이 출현하면서 시장 안의 소규모 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시장 안에서는 근처에서 농사 짓는 분들과 위탁판매를 많이 하였고, 회사를 많이 상대했기 때문에 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시장 안에서 가깝게 지내던, 35년 동안 대흥식당을 운영하던 이전 주인인 김재환 통장으로부터 건물과 식당 일체를 인수하며 약 일 년 동안 부인인 유순옥 여사가 전수를 받아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밥의 재료는 오후 3시경쯤에 신양축산에 직접 가 그날 바로 도살한 싱싱한 고기를 구해다 직접 털을 제거하고 손수 다 손질해 저녁 10시경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연탄불에 푹 고아 내어 사용한다고 한다. 알려 줄 수 없는 비법으로 고아내기 때문에 다른 식당처럼 잡내가 나지 않아 이 식당에서는 돼지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들깨양념을 사용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예 제공하지도 않는다.

가을에 무를 사 깍두기를 담그고 무청으로 김치를 담아 묶은 푹 삭은 무청김치를 일년 내내 제공한다. 최근 순대국밥으로 유명해진 근처의 부용식당은 일 년 이상 직원으로 일했던 아주머니가 나가서 차린 것이라고 한다.

어릴 때 데리고 왔던 아들딸이 장성하고 결혼해 손주가 네 명이라고 한다. 불편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허리 병이 도저 4개월 전 척추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저 욕심 없이 내외가 무리하지 않고 건강 상하지 않고 오래도록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늘 한결같은 맛으로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라고 한다.

또한 불경기와 더불어 대형 유통마트의 등장으로 상권이 너무 죽은 재래시장이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반평생을 시장 안에서 보낸 류 사장 내외의 소박한 소원이라고 한다.
 
 

식당 앞으로 통통하고 제법 나이가 듬직한 가필드를 떠올리게 하는 꼬리가 짧게 말린 큰 고양이가 왔다갔다 다. 식당을 인수한 지 얼마 안 되어 이웃의 다른 상점에서 키우려고 데려온 새끼 고양이를 지나가던 학생이 만지다가 식당 근처에 내려놓고 가기에 뉘 집 고양인지 몰라 사료를 좀 주었는데 털 날리는 고양이를 식당에서 키울 수가 없어 유기동물협회로 보내려고 하였는데, 며칠 뒤 주인이 식사하러 왔다가 우리 고양이라며 데려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고양이가 다시 이 식당을 찾아와 원래 고양이 주인과 의논해 대흥식당에서 키우기로 했단다. 암컷이라 여러 번 새끼를 낳아 여기저기 분양해 주었는데, 한번은 난산으로 울면서 류 사장을 쫓아다니기에 할 수 없이 동물병원에 데려가 제왕절개를 해 새끼를 꺼내고, 다시 고생할까 싶어 아예 불임시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영업이 끝나는 10시면 계단을 통해 자신의 잠자리인 식당 2층의 숙소(?)로 올라가는 영리한 고양이 ‘아롱이’는 이 식당을 포스팅한 손님들도 알 정도로 이 식당의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대흥식당은 원래 소머리 고사머리 눌린 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며, 순대국과 돼지국밥이 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저녁 10시에 문을 닫는다. 식사시간을 고려해 9시까지만 손님을 받는다. 내외의 건강도 그렇고 일하는 도우미 아주머니를 위해 한 달에 두 번 첫째·셋째 월요일은 휴무이다. 주차는 공영주차장에 하면 된다. 문의 전화는 031-374-4723이다.
 
부리부리박사 권영대 원장
psdrowl@hanmail.net

기사입력 :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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