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해병대 4성·4군 공약' 가물가물..'사령관 공관'도 내주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2022. 04. 25. 09:27 수정 2022. 04. 25. 15:42 댓글 63개
대선 당시 이재명 여당 후보가 현재의 육·해·공군 3군 체제에서 해병대를 해군에서 사실상 독립시켜 준4군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허를 찔린 윤석열 야당 후보 측은 부랴부랴 해병대의 완전한 독립을 통한 육·해·공군 해병대의 4군 체제를 공약했습니다. 이에 더해 해병대 사령관의 4성 진급과 실전에서 검증된 상륙공격헬기 도입, 해병대 회관 건립도 약속했습니다.
국군 중 가장 강하지만 규모 작다고 늘 소군(小軍)의 설움을 겪는 해병대에 볕드나 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끝난 지 한 달 보름 됐고 차기 정부 출범을 보름 앞둔 지금, 해병대 공약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해병대 공약 이행 계획을 보고하지 않았고, 인수위는 무관심합니다. 국방장관 후보도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해병대 예비역들이 하릴없이 동원돼 윤석열 후보 지지하기도 했지만 해병대 사령부는 반신반의했을 것입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고, 한술 더 떠 윤석열 당선인 측은 용산구 한남동 해병대 사령관 공관도 대통령 관저 경호동 또는 경호처장 관사 용으로 거둬갈 참입니다.
거창했던 해병대 공약
윤석열 캠프의 해병대 공약
윤석열 캠프의 해병대 공약은 지난 2월 9일 발표됐습니다. 첫 번째 공약은 "해병대를 독립시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입니다. 이를 위해 "해병대 사령관도 4성 장군으로 진급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관련 법 개정 등 처리할 일들이 많아도 차기 정부에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는 "병력을 충분히 보강하고, 상륙공격헬기 등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를 도입하겠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부적절한 무기를 강요하지 않겠다"입니다. 현 정부에서 상륙공격헬기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마린온 무장형을 결정했지만 새 정부는 생존성, 공격성이 높은 진짜 공격헬기로 바꿔 도입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세 번째는 "해병대 회관을 건립해 해병대 전우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입니다. 단결력 뛰어난 해병대 예비역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약입니다. 이에 호응해 해병대 전우회는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도 했습니다. 윤석열 캠프의 예비역 핵심인 김용현, 최병혁, 심승섭, 전진구 등이 지지 선언 현장에 나와 공약 실천을 다짐했습니다.
해병대 100만 예비역의 윤석열 후보 지지 대회 중 김용현, 최병혁, 심승섭, 전진구 등 캠프 인사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때뿐이었습니다. 국민의힘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부가 인수위에 해병대 공약 이행 계획을 보고하지 않았고, 인수위도 자체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병사 2백만 원 월급 공약도 여러 가지 안을 마련했지만 언제 어떻게 실행될지 모른다", "해병대 공약 이행 계획을 인수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후순위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수십 명의 기자들을 만나면서도 해병대 공약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적 통보로 빼앗긴 해병대 사령관 공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청와대의 경우 영내에 집무실과 관저가 같이 있기 때문에 경호동은 한 곳에 두면 되지만, 다음 정부는 용산 삼각지의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가 분리되는 만큼 경호동도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 한남동의 해병대 사령관 공관이 관저 경호동으로 낙점됐습니다. 국방부 이전 때와 마찬가지로 상의 한마디 없이 당선인 측의 일방적 통보가 국방부와 해병대에 전달됐습니다.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대지 9653㎡에 건물면적 332㎡ 규모로 2층 양옥입니다. 경호원들의 사무실이자 야간 당직 숙소로 사용하기에 좀 작습니다. 그래서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김용현 차기 경호처장의 개인 관사로 전용되고, 대통령 관저가 될 뻔했던 육군 참모총장 공관이 경호동으로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참모총장과 사령관의 한남동 공관들은 쓰임이 많지 않아 어차피 일괄 정리될 운명이었지만 무턱대고 가져가니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당선인 측은 해병대 4성·4군 체제 공약도 지키지 않으면서 사령관 공관도 앗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새 정부 맞는 군인들 마음 많이 상했다지만 해병대만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병대는 낙심할 필요 없습니다. 언제 해병대가 계급 높고 무장 좋아서 잘 싸웠습니까. 곁방살이에 눈칫밥 먹으면서 상승무적(常勝無敵)의 전통을 일궜습니다. 연평도 포격전도 자주포 6문(이중 2문은 피폭 등으로 전력이탈)으로 버텼습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결전의 날에 대비해 묵묵히 훈련하면 국민들이 어련히 알아줄 것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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