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발표된 비틀즈(Beatles)의 히트곡 중에 ‘Let it be’라는 노래
가 있다.
노랫말을 요약해보면,
사는 게 힘들다고 괴로워한들 어쩌겠는가? 그냥 나둬라, 냅둬라이다.
싫다고 가는 놈 잡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하는 말씀인지, 성모 마리아
님께서 참으로 대책없는 조언을 하신 것이다. 아니면 다 잘 될 터이니 신
경을 꺼도 된다는 지혜로운 암시인지도 모르겠다.
(영문 가사 Mother Mary를 혹자는 어머니 메리로 번역하기도 한다)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비틀즈가 찢어졌다는데 불화때문이었다고 전해
진다.
비틀즈는 영국 출신 그룹이고, 미국에는 에벌리 브라더즈(Everly
Brothers)라는 유명한 듀엣 가수가 있었는데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에벌리 형제가 부른 노래 중에 ‘Let it be me’는 몇 곡 안 되
는 내 18번 팝송이기에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자주 불러댄다.
내 사춘기 시절에는 음악과 관련있는 정보는, 지금과 달리 주로 라디
오에 의존하여 얄팍한 지식을 얻고 했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와 ‘한밤의 음악 편지’였다.
한국 가요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가사를 받아쓰는 것이 녹록하지 않은
데, 영어 가사를 어떻게 받아쓸 수 있겠는가? 방법은 동네 레코드 가게
에 가서 레코드 케이스 뒷면에 인쇄된 가사를 베껴 와서 친구들에게 알
려주고 함께 외우고 불러대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때 배운 노래 중 하나가 바로 ‘Let it be me’인데 가수의 이름을 에브
리(Every) 브라더스인 줄로 잘 못 알고 몇십 년을 살았다.
그럼 ‘Let it be me’는 무슨 뜻인가? ’내 곁에 있어 주‘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도 방주연이라는 가수가 불러서 유명해진 ’내 곁에 있어 주‘가 있
는데, 두 노래 모두 구구절절 사랑하는 연인이 멀리 가지 말고 나랑 함께
오래오래 있어 달라는 애절한 소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래 제목에 “Me”가 없으면 ‘냅둬’가 되고 ”Me”가 붙으면 ‘내 곁에 있
어 주’로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니 나 원 참….
하긴 우리 가요 중에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되어’
어쩌고 하는 노랫말이 있다만 엄연히 점과 단어는 다르지 않은가?
오늘은 친절하고 예쁜 목소리의 인공지능 클로바에게 부탁하여 ‘렛잇
비‘ 말고 ‘렛잇비 미’를 들려 달라고 해야겠다.
2019년 1월 18일
*李丙鎬 散文集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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