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가 한국처럼 수천 년 역사를 가졌다면
미국인들도 개천절처럼 초창기 건국일을 지켰을 것
한국인들은 운 좋게도 두개의 국가창건일을 갖고 있다. 하나는 10월 초 개천절로, 신화같이 들리는 상황에서 세워진 고조선을 한국인들은 4000~5000년 동안 축하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고조선 건국 이야기는 신화 같다.
또 하나는 8월 15일 광복절이다. 이날은 일본이 항복한 날로, 70년 전 한반도 전체가 일제 억압의 사슬에서 해방된 날이다. 해방 후 3년 뒤인 1948년 8월 15일에 이승만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8월 15일은 의미가 꽤 크다. 이런 이유로 8월 15일 역시 한국의 국가창건일이다. 한국인들이 이 두 날을 모두 축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하나의 국가창건일이 있다. 7월 4일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1776년 이날 필라델피아 독립홀에 모여 토머스 제퍼슨이 작성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 당시 미국의 13개 식민지가 영국을 상대로 싸운 전쟁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뒤 미국인들은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는 이날을 ‘포스 오브 줄라이’(the fourth of July), 혹은 간단히 ‘포스(the fourth)’라고 부른다.
성대한 독립기념일 행사
독립기념일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비종교 성격의 공휴일이다. 나는 올해 독립기념일을 7월 2일에 지켰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7월 2일을 독립기념일로 지킨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7월 4일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그의 부인은 7월 2일 용산 기지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과 악수를 한 후 진짜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대사관저에서 조촐한 가족행사를 가졌을 것이다.
올해 용산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는 성대했다. 나는 1년에 한두 번 겨우 볼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옛날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과 인사하며 군악대가 한국과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들었고, 마침내 그날 밤 용산 기지 하늘을 수놓은 불꽃축제를 보았다. 미국 국가(國歌)인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 Spangled Banner)’이 연주되면 이를 비웃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위대한 국가(國歌)라고 생각한다.
이 국가는 1812년 영국과의 전쟁 중 감옥에 갇혀 있던 프랜스시 스캇 키(Francis Scott Key)가 작사했다. 키는 당시 볼티모어 항구에서 영국 군함이 밤새 퍼부은 포격에도 불구하고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 가사를 썼다. 영국군은 근처 워싱턴까지 가서 백악관을 방화했지만 잃어버린 미국 식민지를 다시 찾지 못하고 물러갔다.
‘별이 빛나는 깃발’은 19세기말 교회 오르간 연주자인 사무엘 와드가 쓴 ‘America the Beautiful’과 ‘Easter Parade’, ‘White Christmas and Alexander’s Rag Time Band’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래들을 작곡한 어빙 베를린이 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미국 국가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야구, 농구 등 모든 구기 스포츠에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 미국 국가를 부를 때 기립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77년 전 독일과 일본이 전 세계를 2차 세계대전으로 빠지게 할 때 작곡된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가 연주되기도 한다.
미국의 역사는 매우 짧아 독립기념일을 능가하는 다른 기념일은 없다. 하지만 다른 공휴일도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전사(戰死)한 미국인들을 추모하는 ‘현충일(Memorial Day)’로, 9월 첫째 월요일은 ‘노동절(Labor Day)’로 지킨다.
이 두 날 사이에 독립기념일이 있는데 이 두 공휴일을 여름휴가 기간의 시작과 끝으로 본다. 그리고 2월 셋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지키는데 이날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미국 남북전쟁 중에 나라를 이끈 아브라함 링컨의 생일을 기념한다.
희생자를 기리는 정신
미국의 역사가 한국처럼 수천 년의 역사를 가졌다면 미국인들도 개천절처럼 초창기 건국일을 지켰을 것이다. 한국의 두 개 건국일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하나는 나중에 한반도 분단이라는 비극이 있지만 한국이 한 사회, 한 국가로 발전한 수천 년을 기념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의 종전 뿐 아니라 현대 대한민국의 출범을 축하하는 것이다.
▲ 지난 2012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오바마 美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민자 출시 미군의 시민권 선서식을 주재하는 모습. |
내가 참석했던 행사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한 2013년 7월 27일 행사다. 당시 나는 워싱턴 DC 내 한국전쟁 기념관 옆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 아니라 ‘잊혀진 승리’(the forgotten victory)로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기념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열린 이날 행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던 참전용사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잊어버리고 가자’라고 원할 미국인들을 보게 되면서 갖게 될 슬픔을 떠오르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에게 “참전용사 여러분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한국에서는 일본이 항복하고 현대 한국이 수립된 8월 15일에 사람들은 함께 모인다. 이 두 날은 이 영광스런 날의 근간이 되는 가치들을 위해 싸우다 산화한 사람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도록 고취하고 있다.
Americans Honor Freedom on July 4th, Celebrate Other Patriotic Holidays Too
Koreans are fortunate to have two foundation days. The original, in early October, celebrates more than four millennia, maybe five, since the founding of the Korean nation under circumstances that sound like the stuff of mythology. Or so it would appear to a foreigner reading about the birth of the Korean nation.
Then there's August 15th, the date of the Japanese surrender, the freedom of the entire Korean peninsula from the chains of Japanese rule 70 years ago this month. The date is all the more significant since Rhee Syngman on that day three years later was inaugurated as the first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 South Korea. Surely for that reason August 15th counts as founding day as well.
To my way of thinking, there's no reason why Koreans cannot celebrate both days.
In the United States, we have to settle on just one founding day, July 4th. That's the date in 1776 when America's "founding fathers," in Independence Hall in Philadelphia, signed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largely written by Thomas Jefferson.
The American revolution against the British rulers of the 13 original colonies was far from over at that stage, but Americans ever since have celebrated July 4th as "Independence Day." Quite often, we call it "the fourth of July" or simply "the fourth."
Undoubtedly "the fourth" is the most important non-religious holiday on the American calendar. This year I observed the fourth on July 2nd. That was the date the U.S. embassy in Seoul selected for its Independence Day party, probably because July 4th fell on a Saturday. I'm guessing Mark Lippert and his wife, after patiently shaking hundreds of hands at the July 2nd festivities inside the Yongsan base, also observed the real July 4th, possibly with a small private event at their residence.
This year's July 4th celebration at Yongsan was a grand affair. I ran into numerous people whom I seem to encounter only once or twice a year. It was a day to remember old names and faces, to meet new ones, to listen to a military band playing both the Korean and the U.S. national anthems and finally to witness fireworks in the night sky over the base. Unlike some people who scoff when they hear "The Star Spangled Banner," I think it's a great song.
Written by Francis Scott Key while imprisoned by the British in the War of 1812, Key was inspired when he saw the American flag still waving across Baltimore harbor despite heavy fire by the British, who failed to recover their lost colonies after burning the White House in nearby Washington.
"The Star Spangled Banner" survives despite strong competition from "America the Beautiful," written by church organist Samuel Ward in the late 19th century, and "God Bless America" by Irving Berlin, whose contributions to the American songbook also include "Easter Parade," "White Christmas" and "Alexander's Rag Time Band," an international hit more than a century ago. Americans rise for "The Star Spangled Banner" before ball games in the U.S., and later in a typical game they may also be treated to a rendition of "God Bless America," written 77 years ago while both Germany and Japan were poised to plunge the world into World War II.
The history of the U.S. is too short for other dates to compete with Independence Day, but other holidays are almost as important. Americans observe Memorial Day, on the last Monday in May, honoring Americans killed in war, and Labor Day, the first Monday in September. These two holidays, with Independence
Day in between, bracket the beginning and the end of the summer vacation period. Then there's President's Day on the third Monday in February, honoring the birthdays of George Washington, America's first president, and Abraham Lincoln, who led the country through the Civil War.
If the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went back many centuries, as does that of Korea, I am sure Americans would honor the original founding day as well. These holidays, far from competing with one another, are complementary.
One honors the millennia in which Korea has grown as a society and a nation despite the latter-day tragedy of the division of the Korean peninsula. The other celebrates not only the end of World War II but the birth of the modern Republic of Korea.
One of the most impressive ceremonies that I have observed was the 60th anniversary on July 27, 2013, of the signing of the truce that ended the Korean War. I attended the ceremony on the mall in Washington DC beside the Korean War memorial.
President Obama, talking to veterans, said the Korean War should be remembered not as "the forgotten war" but as a "forgotten victory." Coming so soon after July 4th, the event reminded us of the sorrows of soldiers who Obama said had returned to find Americans wanted "to forget, to move on." You veterans, he said, "deserved better."
Countries come together on national days, Independence Day on July 4th in the U.S., the Japanese surrender and the rise of modern Korea on August 15th. Both these dates inspire all of us also to remember those who died fighting for the values upheld on these glorious holidays.
번역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proactive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