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진료실斷想

발치와 기방풍속

marineset 2023. 5. 25. 01:14
조선시대 한량들은 마음에 드는 기녀의 꽃신에 술을 따라 마셨으니, 일편단심으로 너만을 사랑하겠다는 표시였다.
그러면 기생은 옷을 벗어 어깨나 허벅지에 사랑하는 낭군의 이름을 새기게 하였는데 이것을 연비(聯臂)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헤어지는 날이 오게 마련인지라, 새로운 임지로 떠나게 되거나 타향으로 옮기게 되면 사랑의 정표로 생니를 뽑아주었다.

당시 기생의 대부분은 관아에 소속된 관기라 함부로 거처를 옮겨갈 수 없었던 것이다.
해서 아쉬움과 애절한 사랑을 담아 이빨을 뽑아주었으니, 이를 '발치풍속'이라 했다.
그러나 절절한 사랑도 변하게 마련, 충주의 기생 금란은 벼슬아치인 전목과 이별하면서 '저 월악산이 무너질지언정 내 마음은 변치 않는다.' 고 굳게 맹세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단월역의 역승과 눈이 맞아 밤마다 분주 하였다.

이 소문을 들은 전목이 '손에 세모 방망이 높이 들고/ 달려가 월악산 무너진다는 맹세를 따져 보리.' 라는 시를 지어 보냈다.
그러나 금란은 '만약 맹세한 대로 월악산이 무너진다면/ 그대 만나기 전에 이미 몇 번이고 무너졌을 것을' 이라는 화답시를 보냈다.
이에 화가 치민 전목이 하인을 충주로 보내 헤어질 때 뽑아주었던 생니를 돌려달라고 하자, 금란이 커다란 주머니를 열어 방바닥에 무수히 많은 이빨을 뿌리며 '어느 것이 전모씨의 이빨인지 모르니 알아서 찾아가라.' 했다고 한다.

기생의 언약을 믿었다가 패가망신 당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긴 일화인데, 바람기가 농후한 한량들 중에는 생니를 하도 많이 뽑아주어 얼굴이 합죽이처럼 된 경우고 있었다고 한다.

[치과의사도 모르는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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