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오산 출신 감독이 오산에서 찍은 영화가 궁금하다(?) | ||||||||
독립장편영화 <투명인간의 노래가 들리는가?>(가제)의 감독 이상윤 씨를 만나다 | ||||||||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낳게 한 것은 노숙자의 삶을 중심으로 세상에서 버림받고 현실에서 낙오된 이들의 상실과 극복을 다룬 독립장편영화 <투명인간의 노래가 들리는가?>(가제)이다. 이 영화는 오산 시민이면서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이상윤(26세) 씨가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고 제작하는 작품이다. 지난 7월 9일에서야 막판 영화 촬영 작업을 마치고, 이제 막 후반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을 때만 해도 아직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채 가시지 않은 앳띤 모습의 청년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영화라는 작업은 통념적으로 나이가 다소 든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 탓도 있지만, 영화가 다루려고 하는 노숙자의 문제가 만만치 않는 주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신문사를 방문해 인터뷰에 응한 그는 시종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친숙함을 주는 웃음을 지으며 영화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상윤 씨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중학교까지 오산에서 다니다가 유학을 떠난 경우였고, 그의 부모님은 지금도 모두 오산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영상영화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고, 영화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시작해 7년 정도 공부했다고 한다. 방학 동안에는 한국에 돌아와 필드 경험을 쌓기도 했는데, 1년 정도 드라마 현장 편집과 일본에서 카메라팀 스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의 스텝들은 그 때 만난 인연들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는데, 그때부터 이미지와 영화에 대한 생각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세계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무언가를 그리는 것과 음악에 심취해 지냈어요. 그런 면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미 3편의 단편과 2편의 중편을 만든 경험을 살려 첫 장편으로 이번 영화인 <투명인간(이하 생략)~>의 제작에 나선 것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그가 2007년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와 오산역에서 내렸을 때 한 노숙자가 담뱃불을 빌러 달라고 하는 데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렇게 첫 구상을 하고 내리 3년을 고민하다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7개월 동안 영화 제작 준비를 하고, 지난 6월부터 40여 일 동안 본격적으로 오산에서 영화촬영을 한 것이다. 그는 오산시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어 영화의 장례식이나 병원 장면을 제외하고 90% 이상을 오산역에서 촬영하였다. “군대에 첫 휴가를 나와 오산역에서 내렸는데, 노숙자 한 분이 다가와 담뱃불을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그 노숙자를 보면서 문득 ‘내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다 잃는 상태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일까?’ 하는 생각과 ‘아무것도 없이 상실한 사람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한 것이지요.” 그의 영화 <투명인간~>의 대강 줄거리는 이렇다. ‘유학 중인 주인공 성민(조혜훈 분)이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귀국했으나, 아버지는 많은 빚을 남기고 죽은 상태였다. 차압과 빚쟁이들, 사채업자까지 성민을 괴롭혀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되어 먼 친척을 찾아 나섰으나 설상가상으로 가방까지 잃어버리고, 역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한 노숙자가 다가와 담배를 빌린다. 그렇게 노숙자들과 만남이 시작되고, 역 앞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죽은 아들과 닮은 성민에게 호감을 갖는 노숙자 1(박태경 분), 도박으로 인생을 망치고 성민과 대립하는 노숙자 2(송기찬 분), 회사에서 사고를 쳐 노숙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은 노숙자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노숙자 3(임대혁 분),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숙자들을 배려하는 여자 조연(이지은 분)이 주인공과 함께 가족 아닌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게 된다. 다시 빚쟁이들에게 몰려 성민은 결국 다시 역 앞에서도 떠나게 되고, 그가 떠나면서 함께 지냈던 노숙자들도 재기를 위해 각자의 삶을 찾아 역을 떠난다.’ “영화 제목은 아직 가제 상태입니다만, 제목의 투명인간은 길거리에 나앉으면서 일반인들에게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데 사람들이 전혀 보지 않거나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죠. 마지막 장면에 노숙자들이 역을 떠나도 사람들은 그들이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일상의 삶을 계속하는데요, 세상의 중심에 서지 못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그러하지 않을까요? 영화에서 주인공은 처음에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중에는 자포자기하게 되고 노숙자들을 통해 구원을 받으려 하는데, 도리어 나중에 그 자신이 구원을 받게 되죠. 영화를 통해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세상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현실은 늘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런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고, 그들이 웃으면서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희망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는 의도를 다분히 짙게 깔아놓았다.
이상윤 씨는 평소 노숙자들을 바라보면서 의지가 박약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영화를 준비하고 찍으면서 노숙자 개개인이 그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들에게는 물질적 도움보다는 정신적인 용기가 더욱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반인들이 노숙자들을 자신과 다른 부류로 인식하기보다 동일한 인간으로 대했으면 한다고 했다. 오산 지역 시민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촬영 무사히 마쳐 사실 그의 영화가 어려운 제작 여건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무보수 자원 활동으로 참여해준 12명의 배우ㆍ스텝들, 그리고 지지ㆍ후원을 아끼지 않은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님(아버지 이병호 이치과 원장, 어머니 백미숙 씨)과 오산 지역 시민들의 배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영화 출연 주요 배역 배우들은 모두 대학로 연극과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많은 분들로 인터넷 공모와 두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함께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노숙자 1 역할을 맡은 배우 박태경 씨는 <떼루아>라는 드라마에서 벙어리 주방장 역할로 우리에게 낯을 익힌 바 있다. “배우들이 오산까지 와서 촬영하는 데 어려워했어요. 오산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는데, 촬영하면서 나중에는 오산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웃음) 오산역 앞에서 촬영하면 비행기와 기차 소음 때문에 종종 촬영을 중단해야 하기도 했지만, 오산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했어요. 오산 시민들과 많이 친해지는 기회도 되었고요. 오산역, 편의점, 공영주차장, 식당, 청소부아주머니 등등 많은 오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나 촬영장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면 영화 촬영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소품도 빌려주시고, 배우의 연기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에는 경험을 더해 조언도 해주시고,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서 제 영화 작업이 이후에 오산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 또한 앞으로 열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영화를 계속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막 촬영을 마친 장편독립영화 <투명인간~>의 후반작업은 대부분 이상윤 씨가 8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진행할 예정이라 내년쯤에나 제대로 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평소 영화음악에도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번 영화의 배경음악까지 직접 제작할 계획이라서 후반작업을 다소 길어질 듯하고, 완성된 영화는 미국과 한국의 독립영화제에 각각 출품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독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영화, 감독의 메시지가 좌우되는 영화인데, 한국에서는 독립영화에 대한 의미가 너무 진지한 사회적 이슈와 편중된 주제를 다루는 본래와 다른 의미로 알려져 있다는 말과 함께 한국 독립영화가 너무 영화 공식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며, 법칙을 깨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제가 좋아하고 텍스트로 삼는 독립영화는 <웰컴투센트럴파크(Welcome to Central Park)> 인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예요. 대중이 알아주는 것이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꼭 독립영화만을 고집하진 않아요. 그렇더라도 영화계에 진출하면 일반적인 영화 공식을 깨뜨리는 영화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타고난 낙천성으로 휴먼드라마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착한 이야기’를 찍고 싶다는 그, 배우를 볼 때 가만히 있어도 생각하는 느낌을 주는 배우를 좋아한다면서 톰 행크스와 하정우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았다. 존경하는 감독으로는 팀 버튼 감독과 박찬욱 감독을 들었는데, 그 자신은 할 수 없는 느낌 부분을 잡아내어 영화를 만드는 두 감독에 대한 선망감 때문에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공부가 끝나면 한국에서 활동을 할 예정인 예비감독 이상윤 씨, 좋은 영화를 만들면서도 대중들이 공감하는 상업성 있는 영화로 돈까지 벌고 싶다는 당연하지만 야무진 욕심을 가졌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전락한 현실에서 주저앉아 있다가 마침내 자신을 곧추세워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산역 앞을 떠났듯이, 오산 출신 청년 이상윤이 영화를 화두로 삼고 사람과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감독 이상윤으로 거듭 진화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상윤(26세)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영상영화학과 4학년 재학 중, 오산에 사는 아버지 이병호(이치과원장)와 어머니 백미숙 씨의 2남 중 장남, 오산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하고, 한국에서 해병대에 입대해 군 생황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영화를 전공으로 하고 음악을 부전공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앞길이 창창한 건강한 영화학도이다. | ||||||||
기사입력: 2010/07/13 [14:24] 최종편집: ⓒ 오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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