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희경
지난 73년 해군(海軍)에 통합된 뒤로 해병대는 독립된 지위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왔다. 1987년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됐지만 명목상 독립됐을 뿐이다. 해병대에는 예산·인사·군사권이 없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 겪었듯이, K-9 자주포 같은 화력배치는 해병대 권한 밖이었다. 늙은 해병대 예비역들이 "무기를 줘야 싸울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린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이번 국방위원회의 의결은 해병대에 38년 만에 그런 '독립'의 기회를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해병대는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며 명심할 게 있다. 해병대사령관은 물론 그 누구도 이번에 주어진 것을 소위 '권한'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권한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이 해병대에 막중한 '책임'을 맡긴 것이다. 계급이 높을수록 이 책임의 무거움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들은 해병대에 '강한 군대'를 기대하고 있다. 군대의 존재 가치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데 있다. 이기지 못하는 군대는 소용이 없다. 이번 법안 의결은 이런 국민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저버리지 않아야 해병대는 국민들의 사랑을 계속 받을 수 있다.
후배 해병들은 명심해야 한다. 군대는 엄정한 위계 집단이다. 소위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 한때 군에서는 규율에 익숙하지 못한 '신세대 장병'을 걱정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늘 '상관'에게 있다. 장교 등 직업군인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군대야말로 정말 위험하다. 장병들은 늘 직속상관을 본보기로 삼기 때문이다.
올해는 해병대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게 틀림없다. 해병대 '독립'이라는 오랜 숙원이 풀릴 것이다.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는 퇴역 해병으로서도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염원이 이뤄져 기쁠 수는 있지만, 그 책임의 막중함을 떠올리면 기쁨을 길게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후배 해병들은 군화 끈을 다시 바짝 조여매라.